"남아 생식기 기형, 가장 큰 원인은 '플라스틱'"

호주 멜버른대 앤드류 파스크 부교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남성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사진=shutterstock.com)


플라스틱의 해로운 화학물질 때문에 남성들의 음경이 위축되고, 생식기 기형으로 태어나는 사내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 멜버른대 앤드류 파스크 부교수와 퀸즐랜드대 피터 슬라이 교수 등은 최근 플라스틱의 유해 화학물질이 남성 및 신생 남아에 미치는 악영향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그 근거로 선천성 요도 기형인 ‘요도하열’ (hypospadia) 증상을 안고 태어나는 신생아가 최근 호주에서 2배 늘어났다는 의학적 통계를 들고 있다. 파스크 부교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남성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 당국은 현재의 과학에 따르면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관련성은 있을 수 있으나,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일부 플라스틱은 성호르몬을 흉내 내는 환경호르몬(내분비 교란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새끼를 밴 동물이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자손에게 불임·잠복고환·요도하열 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악영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파스크 부교수는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화학물질로 플라스틱에 쓰이는 BPA(비스페놀A)·프탈레이트, 치약과 화장품에 쓰이는 파라벤, 제초제에 쓰이는 아트라진 등을 꼽았다.

 

200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천성 기형인 신생아의 중증 요도하열 환자 수가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호주 남부에서 2배로 급증했다. 남아 118명 중 한 명꼴이 요도하열 환자로 태어난다. 또 2015년 프랑스의 소규모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임신 중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과 요도하열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파스크 부교수는 “요도하열 증상을 안고 태어난 선천성 기형아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2배로 늘었다는 것은 유전적 결함이 아니라 환경적 원인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요도하열이 유전을 통해 전 인구에 퍼지려면, 매우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일부의 연구 결과를 들어,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흉내 내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 때문에 남성들의 음경 길이가 짧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할만한 전체 인구 차원의 데이터는 없다.

 

요도는 음경의 끝까지 이어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요도하열은 요도가 음낭의 어떤 부위에서 끝나게 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소변을 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 각종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한편 퀸즐랜드대 피터 슬라이 교수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정자의 숫자와 질을 감소시킨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관련한 많은 증거와 인간 차원의 데이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슬라이 교수는 이 대학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협력 기관인 아동건강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환경호르몬의 폐해가 3대 자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며, 인간의 경우 2대 째 환경호르몬의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류 환경·보건 과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호주 그리피스대 프레데릭 레우쉬 부교수(환경화학)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합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인간도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호주·뉴질랜드 식품보건 당국이 음식 속의 BPA를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인 소비자들의 BPA에 대한 노출 수준은 안전 기준치보다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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