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타고나는 것, 성적 다양성 인정해야

[김원회의 性이야기]

(사진 출처=픽사베이)


동성애에 대한 인간의 오해는 이미 1970년대에 대부분 해소되었음에도 워낙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여서인지 이를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마저도 계속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성학을 전공하기 전에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지만, 평생을 성을 전공한 학자로서 동성애자의 본질에 대해 계속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어 짧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며칠 전 대구에서 있었던 퀴어 축제의 이야기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성적 소수자들이 왜 이런 행사를 하고 있는지 이해했으면 한다.


아직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수단 같은 나라에서는 동성 간의 성행위 때문에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유 없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란다. 동성애는 본인이 선택하여 갖게 된 상황이 아니다. 단 1%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이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결론을 얘기한다. 첫째, 성적 취향이라는 것이 절대 자신의 희망대로 결정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 선택되거나 획득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둘째, 동성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항상 같이했다.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일관성 있게 계속되고 있다. 만일 이것이 후천적인 문제라면,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른 빈도 등의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5000년 전에도 오늘도, 서양도 동양도, 문명국도 미개국도 천편일률로 남자의 4%와 여자의 2%는 순수 동성애자들이다. 동성애가 치료되는 듯해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은 이들이 양성애자 때문이지 그들의 성적 지향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셋째, 모든 세계 성 전문가 단체들이 동성애가 장애나 후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정신과학회 등이 1970년대에 이미 이를 인정했다.

넷째는 생물학적 요인으로 유전학과 태아기 호르몬 노출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들이 성적 지향의 발달에 이바지하며, 성적 지향 또한 출생 전에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사람들의 중간 나이가 열두 살이라고 한다. 끝까지 감추는 사람들도 많아 평균 나이는 의미가 적다. 다락방에 숨어 있다가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커밍아웃’이라고도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도 스스로 알게 되는 단계, 가족에게 알리는 단계, 사회에 알리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니 남자 8세, 여자 8세 반에 이미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고 보아도 좋다.


이 나이에 무슨 성적 지향을 추구한단 말인가? 이 때문에 얼마나 힘든 사춘기를 보냈을까? 이들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뇌가 동성을 좋아하도록 분화되었을 뿐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을 혐오하거나 꺼릴 일이 아니라 오히려 꼭 끌어안고 그의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이 칼럼에 적은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동성애 관련 지식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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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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