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섹스토이 산업을 발전시키다

신간 ‘바이브레이터의 나라: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가게들이 향락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최근 출간된 ‘바이브레이터의 나라: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가게들이 향락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라는 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네바다주립대(UNLV,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의 성관계 및 섹츄얼리티 전문가인 린 코멜라 교수다.

 

미국의 대학전문 사이트 ‘타임스 고등교육’(timeshighereducation.com)’은 이 책을 ‘금주의 신간’으로 선정했다. 예일대 문학 교수를 지낸 작가 겸 문화비평가 로라 프로스트는 서평에서 “이 책은 미국의 성 문화를 바꾸는 혁명을 주도한 여성들을 만나게 해준다”고 평했다. 다음은 프로스트의 서평이다.


독자들은 처음으로 산 섹스토이인 바이브레이터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 결과(2009년)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약 50%가 진동기로 자위행위를 한 경험이 있다.

 

이 수치는 소설 및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성인 산업’의 눈에 띄는 변화 등 대중문화 현상 덕분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 특히 모든 성인용품점이 싸구려 여성용 속옷이나 끈적끈적한 남성용 잡지를 취급하고, 구멍을 통해 저질스러운 쇼(peep show)를 보여주던 시절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색스토이 산업은 갈수록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등을 공략하고 있다. 연간 150억 달러(약 16조 8,93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펠트로가 운영하는 라이프 스타일 웹사이트 ‘구프’(Goop)는 금도금 바이브레이터를 1만 5,000달러(약 1,689만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여성들에게 쾌락을 안겨주는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뉴욕타임스는 최근 “페미니즘을 노린 마케팅 제품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의 저자인 린 코멜라 교수는 맨해튼의 섹스부티크 ‘베이브랜드’에서 6개월 동안 현장연구를 수행한 권위 있고 열정적인 학자다. 그녀는 역사학·민족지학·기록학 등 통섭적인 연구와 ‘바이브레이션 나라’의 여성 선각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녀는 페미니즘과 소비자본주의라는 어울리지 않은 두 가지가 어우러져 어떻게 미국의 성문화를 변화시켰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에 앞서 1999년 레이철 메인즈는 책 ‘오르가슴의 기술 : 히스테리, 바이브레이터, 여성의 성 만족’에서 바이브레이터의 기원을 밝혀 각광을 받았다. 바이브레이터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의료장비로 발명됐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린 코멜라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수선한 가운데 알프레드 킨제이의 성 행동 연구,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와 ‘제2의 물결 페미니즘’ 등이 등장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혁명의 첫 장면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군 위문공연·공보단장이었던 미망인 델 윌리엄스가 1970년대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사려다 당황했던 시절을 꼽았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이브의 정원’(Eve's Garden)이라는 우편주문 사업을 시작해 번성했다. 마침내 그녀는 1979년 뉴욕의 중심가인 맨해튼 빌딩에 미국 사상 첫 페미니스트 성인용품점을 갖게 됐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산업의 새싹을 키운 사람은 1977년 샌프란시스코에 ‘굿 바이브레이션스’라는 가게를 연 조아니 블랭크였다. 그 가게는 차 한 대를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에 해당하는 작은 상점이었다. 벽에는 수공예 레이스가 걸려 있고, 여러 가지 골동품 같은 바이브레이터가 가득 들어있는 진열용 박스가 놓여 있는 가게였다.

 

성 교육자 겸 치료사로 활약한 블랭크는 여성 친화적인 섹스토이 판매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1977년 ‘굿 바이브레이션스’를 ‘특별하지만 여성 전용은 아니며, 깔끔하고 조명이 잘 된’ 공간으로 꾸미고 제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비밀공간과 바이브레이터 제품을 제공했다.

 

블랭크는 ‘굿 바이브레이션스’의 신용을 구축해 미국 전역의 도시에 점포망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사업은 강매 또는 비싼 제품을 사도록 강권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성실성·관대함을 중시하는 기업윤리에 바탕을 뒀다.

 

블랭크는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앞서 ‘공동체주의적이고, 비경쟁적인 기풍(에토스)’을 옹호하고 사회적 기업가의 정신으로 일했다. 그녀는 ‘굿 바이브레이션스’를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면서 소매업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종업원들을 ‘성 교육자’로 채용했다. 판매는 그다음 문제로 고려했다.

 

저자는 ‘이브의 정원’과 ‘굿 바이브레이션스’가 비영리 단체가 아닌데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런 것처럼 운영됐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이 책은 2016년 별세한 블랭크를 비롯해 페미니스트 혁명을 강력히 주도했던 수시 브라이트, 캐럴 퀸 등 대담했던 여성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더듬은 작품이다. 그런 만큼 ‘섹스 앤 더 시티’나 ‘트랜스페어런트’ 같은 재미있는 TV시리즈로 제작돼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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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은 '메이크업 섹스' 원하지 않는다

    연인 또는 부부 싸움을 한 뒤, 여성들은 ‘메이크업 섹스(make up sex: 화해의 의미로 섹스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싶어 한다. 싸움 후 갈등 해소법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발끈 성을 내며 뛰쳐나간다.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아예 무시하거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콤하고 따뜻한 말로 “문제 따위는 잊어버리고, 섹스나 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부부관계 갈등 문제의 기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성관계를 활용한다. 마치 상처에 반창고를 바르듯 한다. 이런 게 효과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특히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부부 갈등 후 화해 행동의 남녀 차이’라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들은 싸움 후 구강성교 등 성적인 호의를 받길 원한다. 반면 여성들은 배우자가 사과하거나, 울거나, 자신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주길 원한다. 남녀 모두 싸움 후 선물을 좋아한다. 남성들의 경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선물을 제안할 가능성이 여성들보다 더 크다. 그러나 조사 규모가 매우 작아, 일반화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참가자 74명에게 일반적인 화해 행동을 효과적으로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문제 해결 방법으로 성행위를 선호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여성들은 의사소통을 훨씬 더 중시했다. 종전 연구를 보면, 남성들은 성적으로 접근 가능한 파트너와 함께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성관계를 높게 평가한다. 반면 여성들은 배우자의 성적 헌신보다는 감정적인 표현을 더 좋아한다. 갈등 해소를 위해 성관계를 할 것인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한 가지 정답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무턱대고 성관계 맺는 걸 중단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이 상대방이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여러 가지 갈등 해소 기법에 마음을 열고, 파트너에게 어떤 게 도움을 줄지 물어봐야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좋다면 성관계를 맺고, 그 이후에 잡담을 나누며 의사소통을 하면 된다. 그것이 건강한 갈등 해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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