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코모나스증, 한 가지 약만으로 치료 어렵다(연구)
트리코모나스증은 한 가지 약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툴레인대 공중보건·열대의학 대학원은 단일 약물의 처방으로는 더 이상 트리코모나스증을 치료할 수 없게 됐으며, 이는 약물 내성 때문이라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트리코모나스증 환자 6백 명 이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약물의 복합 처방을, 한 쪽에는 항생제 메트로니다졸의 단일 처방을 각각 내려 치료했다. 그 결과 복합 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2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트리코모나스증이 매독·헤르페스·인두유종바이러스(HPV) 등과 달리,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성병으로 꼽혀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트리코모나스증은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세균) 감염이 아니라 일종의 기생충 감염이다. 따라서 트리코모나스가 숙주인 인간의 몸밖에 나와도 조건만 맞으면 생존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트리코모나스는 따뜻하고 축축한 환경에서 살다가, 성관계와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의 인체에 빠르게 감염될 수 있다.
연구팀의 패트리샤 키신저 교수는 “30년 이상에 걸쳐 항생제 메트로니다졸 또는 티니다졸 중 하나만 쓰면 트리코모나스증을 손쉽게 치료할 수 있었으나, 이젠 그게 불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370만 명의 트리코모나스증 환자가 새로 발생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신규 트리코모나스증 환자 중 약 30%만이 증상을 보인다. 트리코모나스증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훨씬 더 많이 감염되며, 특히 나이가 든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트리코모나스에 감염된 지 5~28일 뒤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가벼운 가려움증에서부터 심한 염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칸디다증·임질·세균성 질염·클라미디아 등으로 오인 또는 오진해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고, 증상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지기도 한다.
여성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으로는 소변 시의 불쾌감· 화끈거림·홍조·생식기 쓰라림과 질 분비물의 냄새 및 변색 등을 꼽을 수 있다. 남성들의 경우 소변 또는 사정 후 화끈거림, 음경의 분비물 발생, 음경 내부의 가려움증 또는 자극감 등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또 트리코모나스증은 성관계 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증상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재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트리코모나스증을 치료하고 1주일 뒤 재검사를 받아 효과적으로 치료됐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트리코모나스증은 또 질 염증(트리코모나스 질염)을 일으키는 것을 비롯해 HIV(인간면역바이러스) 등 각종 성병의 파트너에 대한 손쉬운 감염, 임신 중 감염의 경우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등 여러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성관계 때 콘돔의 적절한 사용, 부부 양측의 정기적인 성병 검사 등을 통한 예방이 최선의 방어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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