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남성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의 질, 가임 남성만큼 좋다
불임은 중요한 공중 보건 과제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커플 6쌍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받는다. 그중 절반 정도는 남성 불임이 원인이다. 이런 불임 남성들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연구에서 불임 남성 고환에서 뽑아낸 정자의 질은 가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의 질만큼 좋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영국 연구팀은 불임 남성 63명의 고환에서 정자 샘플을 채취했다. 또 같은 남성들이 사정한 정자 샘플을 수집했다. 이들은 모두 과거 불임 치료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 한편 가임 능력이 있는 76명의 자원봉사자 남성들에게서 사정한 정자 샘플을 수집해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불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는 가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에 비해 DNA 손상도가 크게 높았다. 가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는 DNA 손상도가 15%였지만, 불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는 40%에 달했다. 그러나 불임 남성 고환에서 바로 채취한 정자의 질은 가임 남성의 정자의 질만큼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조나단 램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비뇨기과 교수는 “고환에 있는 정자가 사정되기까지 DNA가 손상되는 주된 이유는 산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고 “산화스트레스는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거나, 흡연, 다이어트 등 열악한 생활습관 때문에 나타나며, 크론병이나 제2형 당뇨병 등에 의해서도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시나 루이스 퀸즈 대학교 벨파스트 명예 교수는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가 DNA 손상이 적다는 것은 이러한 정자를 시험관아기시술(IVF)이나 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에 사용하면 남성 생식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비뇨기과학회에서 발표됐다.
백완종 기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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