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헤라(2)


제우스가 변신한 뻐꾸기를 품은 헤라

제우스와 헤라


이데산의 제우스와 헤라


 헤라, 그녀가 사랑한 처음이자 마지막은 남편 제우스였다. 그런데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하는 과정을 보면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미적지근하다. 아주 소극적이었으니까.

 

 아름다운 헤라에 눈독을 들이던 제우스는 어느 날 산에 홀로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제우스는 비를 내리게 한 후 비에 흠뻑 젖은 뻐꾸기로 변신하여 여신의 무릎에 내려앉았다. 헤라가 가엾게 여기고 뻐꾸기를 가슴에 품자 제우스가 얼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녀와 강제로 사랑을 나누려했다. 헤라는 처음에는 완강히 저항하다가 결국 제우스로부터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그를 허락했다.

 

 헤라에겐 이렇듯 제우스와 결혼하여 그의 아내 역할을 하는 일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헤라를 결혼과 가정의 여신으로 삼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헤라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는 특히 제우스가 한눈을 판 대상에게 ‘충격과 공포’의 보복을 가했다. 제일 먼저 그녀의 질투의 표적이 된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숲의 요정 칼리스토(Kallisto)였다.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킨 헤라


 칼리스토는 원래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독신자의 수호신 아르테미스 여신을 신봉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요정들과 함께 아르테미스 여신을 따라다니며 숲 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요정들 사이에서 칼리스토를 발견한 제우스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던 제우스는 마침내 아르테미스 여신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칼리스토를 보고있는 제우스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한 제우스와 칼리스토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한 제우스와 칼리스토


칼리스토가 임신한 사실을 발견하는 아르테미스


 몇 달이 흐른 뒤 요정들과 목욕을 즐기던 아르테미스 여신은 칼리스토가 임신한 사실을 발견하고는 “상대가 누구냐”고 다그쳤다. 칼리스토가 머뭇거리며 여신의 이름을 대자 어안이 벙벙해진 여신은 그녀를 무리에서 추방했다. 영문도 모른 채 버림받은 칼리스토는 혼자 살며 아들 아르카스(Arkas)를 낳아 길렀다.

 

 그런데 불행은 정녕 한꺼번에 찾아오는 모양이다.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관계를 눈치 챈 헤라가 분노하여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칼리스토는 틈만 나면 산속을 헤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제우스는 불쌍한 아들 아르카스를 헤르메스의 어머니 마이아(Maia)에게 맡긴다.

 

 어느 덧 장성한 아르카스는 사냥을 하다가 곰을 만난다. 그렇다. 변신한 어머니였다. 아들을 알아본 어머니는 기뻐 달려갔지만, 아들의 눈엔 그저 달려오는 사냥감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모자가 이런 기가 막힌 상봉을 하게 된 것도 헤라의 질투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르카스가 막 활시위를 당겨 어머니에게 화살을 날리려는 순간, 하늘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본 제우스가 깜짝 놀랐다. 그는 부리나케 어머니와 아들을 하늘로 불러들였다. 이어 어머니는 큰곰자리, 아들은 작은 곰 자리로 만들어 하늘에 별자리로 박아주었다. 그러나 헤라의 질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오케아노스(Ocheanos)신에게 부탁하여 그 별자리들이 신선한 바다에 가라앉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는 극 주변만을 도는 별자리가 된다.

 

암소로 변신한 이오를 괴롭히는 헤라

 

 헤라가 강의 신 이나코스(Inachos)의 딸 이오에게 가한 박해는 이보다 더 심했다. 제우스가 이오와 함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헤라는 문제의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제우스는 역시 ‘프로’였다. 헤라가 도착하기 전 얼른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어떻게 암소와 사랑을 할 수 있겠느냐는 투였다. 하지만 헤라도 만만찮은 ‘프로’였다. 사태를 짐작한 그녀는 제우스에게 자신을 사랑한다면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했다. 심심할 때 놀이친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아내 헤라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제우스는 암소를 넘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헤라는 암소를 끌고 가 자신의 충복 아르고스(Argos)에게 감시하도록 했다. 아르고스는 눈이 백 개나 달린 괴물이었다. 백 개의 눈 중 하나는 절대로 감기지 않아 감시병으로는 그만이었다. 몸이 닳아 이오를 빼내올 궁리를 하던 제우스는 전령 헤르메스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

 

 헤르메스는 나그네로 변신한 채 아르고스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헤르메스의 절묘한 피리소리를 듣던 아르고스의 눈이 하나씩 감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항상 떠 있던 눈마저도 마술에 걸린 듯 감긴다. 그 순간 헤르메스가 칼을 뽑아 아르고스의 목을 치고, 이오를 빼돌리는 데 성공한다.

 

제우스와 이오가 함께 있는 풍경


제우스와 이오


제우스와 이오를 발견하는 헤라


암소로 변신한 이오를 헤라에게 건네주는 제우스


헤라와 이오


헤르메스, 아르고스, 이오


 하지만 이오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독한 마음을 품은 헤라는 죽은 아르고스의 몸에서 백 개의 눈을 빼낸다. 이 눈들을 자신의 신조(神鳥)인 공작의 꼬리에 붙여준 다음 쇠파리 떼를 보내 도망치는 이오를 공격했다. 쇠파리 떼는 암소의 옆구리와 잔등에 붙어 피를 빨아댔다. 암소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그리스를 가로질러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해협을 건너갔다가 다시 소아시아로 갔다.

 

 이후 그 해협은 암소로 변신한 이오가 건넜다고 하여 ‘암소의 건널목’이라는 뜻을 지닌 ‘보스포로스(Bosporos)’라 불렸다. ‘보스포로스’는 영어로는 ‘보스포러스(Bosporus)’라고 한다. 마르마라(Marmara)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현재 그 입구에는 터키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Istanbul)이 놓여있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이오는 마침내 이집트에 도착한다. 비로소 안정을 찾게 된 이오는 그곳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에파포스(Ephapos)라는 제우스의 아들을 낳았다. 헤라의 질투는 결국 처음에 의도한 결과를 이루어내지 못한 채 허무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헤르메스와 아르고스


공작 꼬리에 아르고스 눈을 심어주는 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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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이 있다. 현재 여러 대학과 기업체, 지역 도서관, 병원 등에서 신화를 소재로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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