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냐? 우유냐?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 ⑭

한 경제지의 기사인데, 그대로 믿지도 말고, 덮어놓고 반대하는 사람의 말만 믿지도 말라는 뜻에서 소개한다.


솔직히 나는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일 때는 모유수유가 좋다고 했고, 성학자의 입장일 때는 우유를 먹이자고 주장했던 박쥐였다. 물론 둘 다 일장일단이 있어 그래도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율 차원에서 본다면 모유를 먹이는 것은 매우 불리한 일이다.

원래 우유란 초식동물인 소의 새끼가 먹는 거니까 인간에게 꼭 맞을 리 없다. 1920년대 처음 신생아에게 우유를 먹이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빈혈이었다. 그래서 철분을 넣었다. 그렇게 인공적으로 사람의 젖과 유사하게 만든 게 지금의 우유다. 성분 비교 논쟁은 피하고 얘기한다.


6.25전만 해도 우리나라 여자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피임방법은 아기에게 젖을 오래 물리는 것이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갔던 1945년 담임선생님의 첫 질문 중의 하나는 ‘아직까지 젖 먹는 학생 손 들어!’였다. 젖을 먹이지 않는 경우 대부분의 건강한 여자들은 평균 45일 후면 월경이 다시 나올 정도로 몸의 호르몬 균형이 좋아진다. 이걸 해치면서까지 피임을 목적으로 다음 아기 생길 때까지 젖을 먹였던 거다. 물론 진화적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어미에게 불리해도 오랫동안 젖을 먹이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태초엔 다음 임신이 바로 따라오면 이미 출산한 아기를 키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젖을 나오게 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섹스의 적이다. 성호르몬과 도파민의 반대되는 호르몬이라고 보면 된다. 성욕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성기가 위축되어 성교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피가 나오기도 한다. 남자들이 사정 직후에 경험하는 성에 대한 거부 느낌도 이 프로락틴이 갑자기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 무슨 감각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유를 권장하는 분들의 주장도 물론 옳다. 그러나 인구감소를 막으려면 그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위에 말한 생물학적 이유뿐 아니라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노동력 상실과 이로 인한 취업기회의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밖에 처진 가슴예방 등 다른 좋은 점들도 있지만 생략한다.


최근에 지난 10년간 출산율 증가를 위해 쓴 예산이 80조 원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아이 하나 더 낳으라고 1억 원씩을 줬어도 80만 명을 더 낳았을 텐데 아무 효과가 없었으니 답답하다. 이를 생각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우유 정도는 나라가 무상으로 얼마든지 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육아비용 절감의 효과도 더해질 것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김원회 칼럼 -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① 출산율에 대한 오진
② 출산율과 사랑의 변질
③ 출산율과 성태도
④ 처음 접한 '문화영화'
⑤ 무서운 포르노
⑥ 포르노와 자본주의
⑦ 포르노 배우와 창녀
⑧ 로스앤젤레스의 도우미
⑨ 성사(性史)
⑩ 성평등
⑪ 연목구어(緣木求魚)
⑫ 빅토리아 여왕 시대
⑬ 여자를 즐겁게 하자

⓮ 모유냐? 우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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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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