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 ⑮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이상한 사회.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자기의 성 표현을 못 하는 데에도 있다.


안 하려던 얘기를 하나 한다. 내가 미국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일하던 1960년대 말이 아마 지금의 우리와 비슷했었던가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함부로 손을 못 댔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분만실 근무할 때는 하루 종일 가운만 입고 있었는데 단둘이 있게 되면 내 옷 안으로 손을 넣는 남미 출신의 백인간호사가 있었다. 내가 싫은 표시를 안 하니까 그건 반복되고 진행됐다. 나도 20대 후반엔 괜찮아 보였던가? 각설하고, 남녀 사이의 성 표현 수준은 마치 노사타협 때처럼 단계적으로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것이 언어에 의한 것이건 문자에 의한 것이건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은 묵시적으로 알게 되어 있다. 만일 여자가 남자에게 어느 호텔 몇 호실로 오라고 했다면 그 타협의 수준이 어디까지였을까? 그럼에도 느닷없이 여자가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문제를 삼으면 우리네 매스컴과 사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 대법원은 성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한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보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추행 자체를 폭행으로 본다. 카바레에서 함께 춤을 추던 중 손을 가슴에 살짝 댄 행위, 직장상사가 부하에게 예고 없이 어깨를 주무른 경우도 대법원은 강제추행이라고 보았다. 강제추행의 범위는 신체 전부에 속한다. 놀이터에서 초등학생인 여자아이의 뺨과 손등을 만졌다가 집행유예를 받은 남성의 사례도 있다. 그가 한 행동이 성적 행동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성적 행동이 아니었으면 억울한 일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성희롱이란 거의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성추행 이상이 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의 성희롱예방교육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성희롱은 원래는 범죄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1994년 미국에서 애니타 힐 사건이 터지면서 문제가 되었고 물론 직장이나 단체 내에서의 문제였다.


성을 그렇게나 터부시하고 언어도 감추고 공교육에서 제외시켰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성희롱예방교육을 30인 이상의 사업장, 공공단체 등에 의무적으로 그것도 1년에 1번 이상, 한 번에 1시간 이상 안하면 벌을 주겠다고 했다. 이 교육은 일반 성교육보다 한 차원 높은 교육이다. 전문가는 손꼽을 정도인데, 그 많은 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 궁금하다.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우리의 이념이나 사상도 바꿀 수 있는 건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김원회 칼럼 -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① 출산율에 대한 오진
② 출산율과 사랑의 변질
③ 출산율과 성태도
④ 처음 접한 '문화영화'
⑤ 무서운 포르노
⑥ 포르노와 자본주의
⑦ 포르노 배우와 창녀
⑧ 로스앤젤레스의 도우미
⑨ 성사(性史)
⑩ 성평등
⑪ 연목구어(緣木求魚)
⑫ 빅토리아 여왕 시대
⑬ 여자를 즐겁게 하자
⑭ 모유냐? 우유냐?

⓯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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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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