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언덕' 넘어 '사랑' 만나다

'비너스의 언덕'이라 불리는 치구는 흔히 불두덩, 두덕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위키피디아)


오늘은 ‘비너스의 언덕’을 넘어 ‘여체의 자물쇠’까지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비너스의 언덕’은 사진처럼 여성이 아래로 내려다봤을 때 배꼽 아래 볼록 솟아오른 부위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두 겹의 꽃잎 위에 언덕처럼 도톰하게 솟아 있다.  의학용어로는 치구(恥丘·Mons Pubis)라고 하고, 보통 사람들은 불두덩, 두덕 등으로 부르는 곳이다.

 

불두덩은 골반에서 양쪽이 합치는 부위에 있는 불두덩뼈(치골) 위에서 몰랑몰랑한 지방(脂肪)의 쿠션으로 성기를 보호한다. 어릴 적에는 평편하다가 사춘기가 되면 봉긋봉긋 올라오기 시작한다. 야트막한 언덕은 인체에서 머리 다음으로 털이 많이 나서 풀밭을 이룬다. 여기에 난 털을 불거웃이라고 부른다. 아시다시피 불두덩 양쪽으로 대음순이 갈라지고, 아래로는 음부틈새가 골을 이룬다.

 

불두덩은 그냥 지방 덩어리가 아니다. 사랑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언덕이다. 거웃은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의 온실이다. 직접 ‘뼈와 살이 타는’ 뜨거운 사랑을 할 때 치골이 부딪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한다.

 

비너스의 언덕은 여성의 ‘Y 라인’에서 중심이다. 일부 의사들은 귀 얇은 여성들에게 아랫도리 맵시를 살리기 위해 필러를 넣거나 지방을 빼는 시술을 받으라고 권한다. 이 ‘꽃동산’은 폐경 이후 조금씩 낮아지는데 ‘돈 많고 시간과 근심이 많은 여성’은 이곳에 필러를 넣어 도톰하게 만들기도 한다.

 

비너스의 언덕에서 곧바로 음부틈새로 내려와서 꽃잎을 살짝 들면 공알이 숨어있는 것을 찾을 수가 있다. 공알의 영어 클리토리스(Clitoris)는 ‘열쇠,’ ‘자물쇠,’ ‘닫다’ 또는 ‘언덕’을 가리키는 라틴어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어의 줄임말은 Clitty, Clit.

 

공알의 해부학적 구조 (사진=위키피디아)



변태 마냥 돋보기로 공알을 보면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 구부러진 앞 부위가 음핵귀두, 아랫부위가 음핵체이다. 공알은 대음순 아래에 숨어있는 부위가 훨씬 크다. 이를 음핵해면체라고 하는데 음경의 스펀지처럼 성관계 때 흥분과 관계있다.

 

학창시절 생물 공부를 잘한 이들은 눈치챘겠지만 공알은 발생학적으로 자지와 뿌리가 같다. 자지는 오줌도 누고 발기도 하며 사정도 하지만, 공알은 오로지 흥분하고 발기만 한다. 사람 외에 포유류와 타조 등에게서도 공알이 있는데, 점박이하이에나는 공알에서 소변도 본다.

 

고대의 무지한 과학자들은 공알이 맹장이나 편도처럼 불필요한 기관이라고 여겼다. 맹장이나 편도는 요즘 숨겨진 면역기능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사실 공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알은 남녀 통틀어 유일하게 성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8,000여 개의 신경말단이 분포하고 있으며 단위 면적당 흥분도를 따지면 남자의 귀두보다 갑절이나 민감하다.

 

이 때문인지 공알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기 민망한 어리석은 인류에 의해 무시되고 핍박받아왔다.

 

유럽 중세의 마녀사냥 지침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에서는 여성의 발기한 공알을 마녀의 증거라며 ‘악마의 젖꼭지’라고 불렀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마녀로 몰리기에 십상이었다는 뜻이다. 1545년 프랑스의 해부학자 샤를 에스티엔느가 쓴 《인체 장기의 절개》에서는 공알을 ‘여성의 수치스러운 장기’로 불렀다.

 

그러나 공알에 대한 미신이 오래갈 수는 없는 노릇. 1559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레알도 콜롬보는 공알은 여성의 즐거움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서 ‘비너스의 사랑’ ‘비너스의 다정함’이라고 불렀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해부학자 레이니어 드 흐라프는 음핵의 해부학적 구조 보고서를 작성하며 “지금껏 해부학자들이 공알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 것에 놀랐다”고 경탄했고, 19세기 독일의 해부학자 게오르게 루드비히 코벨트는 공알이 자지와 구조적으로 유사함을 해부도를 통해 제시했다.

 

공알이 쾌락의 뿌리라는 것은 명명백백해졌다. 하지만 한동안 공알 오르가슴이 질 오르가슴보다 하위로 여겨졌는데 20세기 최고의 지성이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역할이 컸다. 프로이트는 공알은 사춘기 이전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부위이고 여성이 성숙하면 질 오르가슴으로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한 동안 이것이 과학계의 정설인 듯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후예로 프랑스 정신분석학의 대모로 일컬어지는 마리 보나파르트 공주는 스승 프로이트의 견해에 어긋나는 연구를 했다. 자신이 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공알이 질에서 너무 멀면 오르가슴에 오르기 어렵다’는 가설을 세우고 여성 243명의 공알과 질 사이의 거리를 재고 오르가슴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론은 가설과 마찬가지로 공알과 질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쉽다는 것.

 

드디어 20세기 중반에 공알이 질에 대해서 승리하는 역전극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948년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성 연구가인 알프레드 킨제이는 여성이 쾌감을 느끼는 가장 좋은 수단은 질 마찰이 아니라 공알의 자극이라는 주장을 폈다.

 

최근에는 여성의 오르가슴은 공알 오르가슴뿐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질 오르가슴은 여성의 소음순과 질이 수축돼 공알이 자극된 결과 일어난다는 것이다. 공알의 세포가 질 벽까지 퍼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질 오르가슴이라고 아는 것도 사실은 공알 오르가슴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여성 자위기구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기존 자위기구는 진동 기능이 있는 음경 모양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2015년 독일 epi24사에서 개발한 우머나이저(Womanizer)라는 제품은 공알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여성들은 놀라운 흥분 경험에 흥분했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성의학자가 임상시험을 했더니 이 기구가 폐경여성의 성흥분장애를 드라마틱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기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기구의 선전은 공알이 오르가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류는 공알을 학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는 아직 유럽의 중세마냥 공알이 핍박당하고 제거되고 있다. 지구촌 20여 개국에서 매년 7,000여 만명의 소녀가 음핵과 음순을 긁거나 잘라내고 질구를 꿰매고 오줌과 월경이 지날 수 있는 작은 구멍만 내는 수술을 강제로 받고 있는 것. 특정한 종교문화에서 일어나는 여성 할례는 여성에게서 쾌락과 행복을 빼앗는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공알의 해방은 인류의 이성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이 인류의 보물 공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아는가? 당신은 정말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인가?

 

☞‘성의학 태두’ 김원회 교수가 알려주는 ‘공알 애무법’

http://soxak.com/cards/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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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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