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족, 성적 쾌감과 신체 학대의 교집합?

[배정원의 춘화여행] ③전족을 애무하는 남자


이 그림은 1920년대 중국 청(淸)왕조 말쯤에 비단에 그려진 춘화이다. 주인공들은 화려한 비단옷을 다 갖춰 입은 채 애무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남자는 여자의 반응을 살피며, 한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애무하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녀의 전족한 작은 발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림 속 여자는 발그레하게 홍조를 띈 채 한참 황홀경에 빠져 자신의 몸에 파도처럼 들이쳤다가 빠져나가고 다시 들이치는 쾌감을 한껏 즐기는 중이다.

 

이 그림은 섹스를 할 때 여자를 흥분의 시작에서 만족의 끝으로 이끌어 가는 애무의 모습을 은근하게 묘사하고 있다. 남자의 얼굴을 보면 여자의 민감한 성감대를 애무하면서 그녀를 절정으로 이끌 시기를 엿보며, 여자를 애태우는 중이다.

 

중국의 춘화는 ‘춘궁비화(春宮秘畵)’, 즉 ‘태자가 거주하는 춘궁의 비밀스런 그림’에서 유래한 말로 왕자들의 성교육을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춘화의 소비자는 부와 권세를 가진 부자들과 그의 처첩들이었다. 부자의 자제 성교육에도 많이 사용되었는지, 주로 섹스 그 자체를 그린 것보다 도구를 사용한 기기묘묘한 체위를 비롯해, 기교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많다.

 

그림에서 비단옷을 잘 차려입은(청나라 시대엔 옷을 다 입고하는 섹스가 유행하기도 했다) 남자는 여자를 흥분시키기 위해 여자의 가장(?) 민감한 클리토리스와 발을 애무하고 있다. 난데없이 왜 발일까? 남자의 손에 부드럽게 사로잡힌 여자의 발은 남자의 손보다 작고 가냘프다. 사실 발은 신체 어느 부위보다 민감하며, 말초신경이 몰려 있는 중요한 성감대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조그만 여자의 발은 남자들을 흥분시키는 섹시한 부위였다. 그래서 중세의 여자들은 작은 발을 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을 연모하는 남자들을 애태우곤 했다. 동양도 마찬가지로 여자의 자그마한 발에 대해 남자들은 많은 예찬을 하곤 했는데, 그 발에 대한 성적 판타지가 극대하게 완성된 것이 바로 중국의 전족이다.

 

전족(纏足)은 말 그대로 발을 천으로 동여매서 크지 못하게 하여 비정상적으로 만든 작은 발이다.

왕이자의 《중국성문화》에 따르면 전족은 남당(南唐)의 군주 이후주(李後主)가 자기가 사랑하던 비빈 요랑(窅娘)의 두 발을 하얀 비단으로 둘둘 말아 초승달같이 만든 후 금련대에서 춤을 추도록 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방탕한 왕족의 놀이였지만, 가냘픔을 아름다움으로 여겼던 송(宋)나라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전족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1,000년에 가깝게 유행되었다. 청나라에 이르러 만주족이 한족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족 풍습을 금지시켰으나, 줄어들기는커녕 한족 뿐 아니라 만주족의 여자들까지 전족의 유행에 휩싸였다고 한다.

 

처음엔 기생들이 전족을 하기 시작했는데, 점차 귀족의 부녀자들이 남자들의 판타지에 부응해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발을 동여매는 유행을 만들며, 전족은 오랫동안 ‘있는 집안 부녀의 상징’이었기에 더더욱 그 유행은 오래도록 전승되었다.

 

전족은 처음엔 다 자란 여자의 발을 묶는 것이었지만 점점 더 작은 발에 대한 판타지로 발전해 여자아이가 3, 4살이 되면 무명천으로 꽁꽁 발을 동여매어 더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변했다. 전족은 어른 손바닥의 절반 정도 크기였다. 전족은 여자의 성기 못지않게 은밀한 남편의 전유물이었는데 포동포동함(요염함), 부드러움(여성적), 섬세함(세련됨)을 전족의 세 가지 아름다움으로 쳤다.

 

이 작은 발을 만들려면 여아는 한 동이의 눈물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고통의 산물이었다.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네 개의 발가락을 안쪽으로 구부려서 너비가 5cm, 길이가 3m 정도의 목면으로 친친 꼭 감싼다.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서 전족의 발 모양이 만들어지면 전족용 신발을 신긴다. 전족을 하면 걷기가 어려워서 자연히 운동량이 줄게 되고, 발은 부드럽고, 아기살처럼 부드럽게 된다. 중국의 남자들은 발바닥의 갈라진 부드러운 틈을 너무나 섹시한 곳, 여자의 음문이라 여겼다.

 

전족을 하면 여자들은 혼자 걸을 수가 없어서 곁에서 누군가가 부축해야 하며 마치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것처럼 살랑살랑 걸어야 했다. 이처럼 전족을 한 여자는 빨리 걸을 수도 없어서 여자가 귀한 중국에서 여자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시켰다는 말도 있지만, 실은 조그만 발로 커다란 몸을 지탱하며 종종 걸어야 했기에 엉덩이와 허벅지, 음부의 괄약근 운동이 되어 남자에게 커다란 쾌감을 준다는 속설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어쨌거나 전족을 한 여자들과 즐기는 남자들은 전족한 발의 향기를 맡고, 입에 넣어 빨고 핥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 갈라진 틈에 아몬드를 넣어 씹거나, 자신의 음경을 애무하는 등 그들의 성적 판타지를 발전시켰다. 심지어 한때 한량들에겐 삼촌금련(三寸金蓮)이라 하여 연인의 전족신발에 술을 부어 마시는 것을 풍류로 알기도 했다니 남자들의 절대 후각과 미각조차 마비시킨 성적 취향과 유행의 위력은 참으로 놀랄 만하다.

전족은 남자의 성적 쾌감을 위해 개발됐다지만, 이 비이성의 산물이 여자 스스로 성적 쾌감을 느끼게 한 것도 사실이다. 여자들 역시 자신의 전족한 발을 애무하여 자위행위를 하고, 혹은 동성애의 관계에서는 유독 커다란 엄지발가락을 서로의 질속에 삽입하여 성적 유희를 즐기기도 했다고 하니….

 

중국의 여배우 공리가 주연했던 영화 《홍등》에서 공리는 부호의 여러 첩 중 한 명이었다. 부호가 그날 잠자리를 같이 할 첩을 지목하면 하녀들이 그 첩을 화장하고 단장시켜 주는데, 그 첫 번째가 발을 꽁꽁 싸맨 천을 풀고 따뜻한 물에 집어넣어 씻겨 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천을 풀고, 발을 씻겨주는 동안 공리의 얼굴은 마치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몽롱한 표정이었다. 영화를 볼 1992년에는 내가 어려서 그 장면의 의미를 이해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순간 꽁꽁 묶였던 발에 피가 통하면서 따뜻한 물에 들어가고, 부드럽게 마사지되는 동안 여자는 오르가슴을 느꼈을 것 같기는 하다. 아! 그렇게 야한 장면이었다니….

 

그러나 여자의 처지에서 가슴 시린 일이다. 예부터 여자들의 성적 매력은 남자들에 의해 선택됐다. 중국의 전족 말고도 가냘픈 몸매로 보이기 위해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몸통을 조이던 코르셋은 또 어떤가?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본능적인 성의 끌림 외에도 남자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모든 권력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그 성 선택을 위해 어느 것도 스스로 갖기 어려웠던 여자들은 기꺼이(?) 혹은 강제로 자신의 몸의 어느 부분을 훼손했다. 남자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에서 여자들은 언제나 성적 요구를 받고, 남자의 심미안, 판타지에 의해 만들어 지는 ‘성적 대상’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을 ‘비틀고, 누르고, 자르고, 늘이고, 줄이고, 두드리는’ 방식으로 남자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향해서 어떤 시련도 감당해야 했다. 남자들은 자신의 ‘웅장함’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여자들에게 ‘가냘픔’을 강요해왔다.

 

오늘날은 다를까?

 

남자들의 미적 안목 때문에, 혹은 능력을 가진 남자에게 성적으로 선택되기 위해, 여자들은 여전히 굶고, 얼굴이며 몸을 뜯어 고친다. 심지어 이쁜이수술, 양귀비 수술, 소음순 성형 수술 등 자의적인 성기훼손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극적인 계기로 여자들이 사회의 절대 권력을 오래 쥐게 되면 남자들도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고, 성 선택을 당하기 위해 키우고, 늘이고, 바꿔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벌써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배정원(성전문가, 보건학박사,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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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성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내일여성센터 교육팀장 및 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 경향신문 미디어칸성문화센터 소장, 제주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 관장, 대한성학회 사무총장과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이며,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니 몸, 네 맘 얼마나 아니?>,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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