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와 만족도, 네버엔딩 스토리


섹스 칼럼을 오래 쓰다 보니 블로그를 통해 받는 쪽지의 내용도 진화하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여자들은 큰 걸 좋아해요, 오래 하는 걸 좋아해요?’ 같은 클릭 하자마자 닫고 싶은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자신의 경험에 입각,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발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예를 들면, 여자 친구가 삽입할 때마다 아파하는데, 즐거운 섹스를 위해 자신이 뭘 더 하면 좋을까요? 와 같은 질문. 그렇지만 마지막은 저의 페니스가 커서 그런 걸까요? 같은 사이즈 문제로 마무리한다.

2013년도에 남자의 사이즈와 호감도에 관한 리서치가 나왔는데, 평균연령 26살, 105명의 호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었다. 결론은, 여성이 남성에게 끌리는 데 페니스의 크기가 중요한 작용을 하고, 남자의 페니스가 클수록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는 것이 골자다. 

호주 여자들의 의견이니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다고 무시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 성기가 크면 보기에 탐스럽고, 질 안에서 움직일 때 마찰력과 포만감이 더 클 것이란 것을 말이다.


페니스는 길이가 5센티미터만 넘으면 삽입성교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젖꼭지를 대일밴드로 가려도 위화감이 없는 절벽가슴도 남자를 유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둘 다 마치 평행세계처럼 익숙한 느낌.

섹스할 때 작은 가슴과 작은 페니스 모두를 만족하게 하려면 여성이 엎드리고 남성이 뒤에서 삽입하는 자세를 취한다. 또, 여성이 똑바로 누운 다음 다리를 가슴까지 들어 올리면 여성의 납작한 상반신도 커버하고 남자의 성기도 좁다란 곳을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을 자아낼 거다. 두 포지션 모두 중요부위를 서로 보여주지 않고도 꽉 찬 느낌과 찰진 마찰력을 선사한다. 그래서 성기의 크기니 모양이니 하는 것이 상대방의 만족도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이즈에 대한 자신의 만족도는요?

예전에는 가슴 사이즈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D컵의 왕가슴은 아니지만 스스로 예쁜 가슴이란 자부심이 있었거든. 최근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열심히 피했더니 전체적으로 살이 빠졌다. 가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은 가슴이 지방 덩어리란 것을, 다이어트의 성공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처럼 현실로 맞닥뜨렸다. 설상가상 쪼그라들다 못해 중력의 영향으로 처지기까지! 납작 가슴인데 푸쉬 업 브라를 해본 여성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리라. 쇄골 아래에서부터 부드럽게 언덕 모양으로 솟아오른 가슴골이 아닌, 브래지어 컵만 불룩하기 때문에 티셔츠를 입으면 브라 선만 인공적으로 도드라지는 모양새 말이다.

남자랑 오랜만에 근사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섹시한 밤을 위해 새로 산 아이보리 색의 오프 숄더 보디 수트를 입었다. 다이어트 덕에 드러난 어깨선이 날렵해 보인다. 전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점검하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섰다. 쇄골에서부터 배까지 일직선이다. 자신에게 주문처럼 되뇐다.

“괜찮아. 가슴이 납작하면 옷선이 날렵해 보이고 좋잖아.”
읔. 거짓말.
 
성기를 영구적으로 크게 만드는 방법은 수술뿐이다. 그러니 전문의 시술이 아닌, 인터넷에 보이는 페니스 키우기 같은 과대 선전은 무시하는 게 좋다. 크기를 키우는 수술도 원래보다 약간 더 늘이는 효과가 있고, 발기 시 성기의 각도에 영향을 주는 정도다.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장벽 중 하나다.

크고 탐스러운 페니스도 다음의 한 가지가 빠지면 무용지물이다. 손바닥으로 내리쳐도 스프링처럼 탕! 하고 다시 올라올 것 같은 단단함. 탄력이다.
유사시 만땅. 한 대학친구가 자신을 소개할 때 마치 표어처럼 외쳐 대던 말이다. 그게 뭐, 어쩌라고, 만땅보다는 큰 게 중요한 거 아니야? 하며 그때의 나는 아무 감흥을 받지 못했다. 페니스가 계속 최대한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현상이 아니다. 별문제가 없는 페니스라도 섹스 중에 발기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발기를 방해하는 약을 먹고 있거나 혹은 술에 취했거나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다. 영화 <죽어도 좋아>의 70대 노주인공과 같은 나이의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사실이 아니다. 또, 가끔은 초반부터 페니스가 너무 풀사이즈로 단단해서 생각보다 빠르게 사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섹스를 불규칙적으로 하면 갑작스러운 흥분으로 인해 남자들이 일찍 타오르는 경우다.
 
인간은 마음이 부서지면 스스로 세상을 접을 수도 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이의 중요한 신체부위의 허점을 다시 한번 되짚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칭찬하고 싶은 곳을 바라본다. 특히 내가 왜 이 사람과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눈앞의 파트너를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자. 반드시 어느 한구석 칭찬할 만한 곳이 있을 거다. 그게 설령 강아지처럼 부들부들한 솜털로 뒤덮인 귓불뿐이라고 해도. 내일 헤어질 생각이라도 오늘은 파트너의 칭찬할 만한 몸 구석에 시선을 두자. 그리고 여자를 기쁘게 하려면 강한 성기가 필수라는 사고방식에 젖은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남자의 몸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세상에는 다른 훌륭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보석이라든지. 다이아몬드는 걸스 베스트 프렌드라는 노래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25%의 여성만이 삽입성교를 통해 오르가슴에 오르는 반면 오럴 섹스를 통해서는 81%의 여성이 오르가슴에 오른다고 한다. 그러니 여자의 만족도는 반드시 남자의 성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이젠 좀 벗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의식하는 순간 당신은 침대 위 파워게임에서 이미 진거다. Got it;)?
 
 글/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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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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