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침대 위의 갑작스러운 ‘사막화'
술이 문제인지, 너무 긴 러닝타임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끝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멈춘 적은 거의 없는데, 전날 밤이 그런 경우였다. 와인 한 잔만 마셔도 팔다리가 쇳덩이 추를 단 것처럼 무겁고 힘겹게 느껴져서 웬만하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데, 그놈의 기념일이 뭔지. 특별한 날이라고 일부러 장미꽃잎을 침대 위에 뿌리고 분위기를 내는 건 좋았는데, 술을 마시고 나니 몸이 둔감해져서 막상 본경기를 할 때가 되니 만사 귀찮아졌다. 이 남자는 술이 들어가면 평소보다 러닝타임이 길어지는데, 어제는 유난히 길었어!
입술을 쓰는 하반신 애무는 평소 ‘침상'에는 거의 올라오지 않는 메뉴인데, 평소보다 신경 쓴다는 게 너무 늘어졌다. 게다가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귀찮아! 그런 건 좀 제정신일 때 열심히 하면 좋겠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역시, 음주 덕에 잔소리할 기운도 떨어졌다.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서려고 할 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의 팔꿈치를 붙들고 “아파. 힘들어.”라고 내뱉고 장렬히 전사. 내게 나름 아름다운 기억을 선사할 생각에 끈덕지게 들러붙는 머리통, 그걸 발뒤축으로 밀어버리고 싶은 내 속마음. 남자가 알면 상처받겠지.
처음에는 분명히 흥건히 젖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은밀한 ‘남쪽’이 사막이 되어 있었다. 이럴 때, 해결책은 두 가지 정도다:
1. 쿨하게 그만하고, 씻고 잔다.
2. 메마른 ‘그곳’에 긴급 윤활액을 투입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윤활액 아니면 침도 오케이.
2번을 선택한 당신이라면, 곧바로 핵심부위에 다이빙하지 말고 사타구니 안쪽부터 천천히 다시 열기를 불어넣는다. 당장 삽입이 급하면 윤활액이 좋지만 무드를 업 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침이다. 침은 늘 사람의 입김, 콧김, 피부, 털과 함께하니까 멀티효과가 있다.
허벅지 안쪽을 더듬으며 서서히 다가왔다가 아랫배로 물러서고, 다시 살살 다가왔다가 물러서는 것을 반복해 주는 것. 대음순, 소음순을 벌리고 전체를 혀로 쓸어 올렸다 내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한다. 그리고 중심을 향해 손가락이나 혀로 살살 달래듯이 터치하며 움직인다. 그리고 원을 그리듯이 움직인다. 우리 피부에 뭐든 갖다 댈 때는 원운동이다. 로션을 바를 때도, 마사지를 할 때도, 애무를 할 때도! 잊지 말기.
은밀한 곳 안쪽을 혀로 성기처럼 사용할 것. 단단하고, 강하게. 기합을 팍 주고. 사랑의 버튼에 집중할 시간. 음핵이 발기되지 않았다면 혀로 소음순 위를 부드럽게 빨고 핥아준다. 클리토리스가 발기되면 소음순에서 혀를 살짝 떼어 클리토리스 위를 빠르게 앞뒤로 움직이며 빨아야 한다. 흥분 곡선이 오르면 남자는 입술을 o자 모양으로 둥글게 클리토리스를 입안에 넣고 빨아야 한다. 좀 더 힘차게 빨아주기를 원하면 남자의 머리를 좀 더 아래로 밀고 당신의 골반은 위로 들어 올릴 것.
아. 그런데 아직 아니야. 뇌를 젖게 해야 한다. 섹스 판타지가 등장할 타임.
판타지 속에서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 아들 여자친구와 섹스하는 아버지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질척하고 야한 판타지를 그려보자. 머릿속 상상은 현실의 파트너와 잠자리를 하면서도 즐길 수 있으니 참 좋다. 다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비밀리에 산으로, 강으로 혹은 모바일 메신저로 떠날 필요가 없다. 뇌 속 불륜은 안전이 보장된 최고의 비밀 사랑법. 이왕 금지된 사랑을 하려면 둘보다는 셋이다. 침대에서 눈앞의 파트너와 ‘쓰리섬'의 효과를 노리려면 손이 잠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이왕이면 손이 애널 입구 주위를 맴돌거나 그 주름을 펴주거나 하는 동작을 취하면 더욱 확실하다.
이쯤 되면 여자의 몸은 열기가 뱀 똬리처럼 사타구니에 뭉치는 느낌이 든다. 그때가 ‘사막'이 ‘늪지대'로 바뀌는 타이밍이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자가 너무 힘들어하면 적당한 선에서 끝을 맺는 것도 남자의 센스다.
무슨무슨 데이가 항상 문제다. 처음 사귄 날, 생일, 밸런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이런 날엔 침대 상황이 어떻든 남자들은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이 되려 한다. 나는 결국 속내를 내뱉는다. 괜찮아. 나중에 뭐라고 안 그럴게. 다 내 탓이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우리가 한 번 보고 안 볼 사이도 아니잖아. 그만 자자. 주절주절.
오늘은 쓰리섬이 아니라 미식축구 한 팀을 뇌로 다 소환해도 힘든 날이다.
“너, 이제 술 마시지마.”
미안한 마음에 슬립을 챙겨입고 욕실 문 앞에서 그의 옷을 이쁘게 들고 서 있었다. 씻고 나온 남자, 자신의 티셔츠를 낚아채며 바로 볼멘소리로 한 마디 건넨다.
네네, 음주섹스는 이제 그만.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