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精子)와 기자(記者)의 공통점은?

[이성주의 생식기 탐험] ⑩아기의 궁전 ‘자궁’과 알집 ‘난소’


Q) 정자(精子)와 기자(記者)의 공통점은?

A) 인간 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

 

10여 년 전 유행했던 ‘아재 개그’다. 기자가 사람 될 확률이 정자처럼 수 억 분의 1이라고 했는데, 사실 정자가 사람 될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정자는 한 번에 2억~3억 마리가 분출되는데, 사람이 평생 한두 번만 사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액 안에서 출전 준비 중인 정자들은 저마다 질과 자궁을 거쳐 나팔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난자와 ‘합궁’하려는 꿈을 품고 진지에서 출발하지만, 대부분은 허공을 거쳐 휴지 속에서 ‘전사(戰死)’한다. 운 좋게도 ‘엄마의 문’에 들어가도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깝다. 세균에게 먹히거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일쑤. 질 밖이나 뱃속으로 빠져나가 ‘실종사’ 하기도 한다.


2억~3억 마리 가운데 40분 남짓 9㎝ 정도의 여정을 거쳐 난자에 근접하는 것은 200마리 정도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1, 2마리만 난자의 벽을 뚫는다. 이보다 명줄 긴 정자는 자궁목(자궁경부)에서 3일까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질곡의 여정 끝에 난자를 만나는 천우신조의 성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자의 창조주는 “이럴 리가 없는데, 배란시기를 맞췄는데 임신이 되다니…,”하고 절망하곤 한다.

 

정자뿐 아니라 난자도 인간 되기가 참 힘들다. 여자는 대략 200만 개의 미성숙 난자인 원시 난포를 갖고 태어난다. 이 가운데 40만 개가 임신이 가능한 사춘기까지 생존해서 난포로 자란다. 매달 한두 개의 난자가 성숙돼 배란되므로 가임기인 35년 동안엔 400여 개의 난포만이 정자를 맞을 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임의 희생양이 되거나 생리 때 덧없이 죽는다.

 

난자는 자궁의 뒤, 좌우 난관의 아래에 하나씩 있는 난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배출돼 나팔관으로 이동해 오매불망 설레는 마음으로 정자를 기다리다가 수 조 대 1의 확률로 합궁에 성공하면 자궁으로 이동해서 아기가 되는 과정에 들어간다.

 

자궁(子宮)은 아기가 들어서는 궁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정자가 들어왔을 때 약알칼리성 분비물을 분비해서 정자를 나팔관으로 보내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나팔관에서 짝을 이룬 수정란이 되돌아와 보금자리를 틀어야만 비로써 ‘아기의 궁전’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자궁의 단면은 △배아가 착상하는 자궁내막 △민무늬근(평활근) 세포로 구성된 자궁근육층(자궁 근층, 자궁근막) △바깥쪽의 자궁바깥막(자궁외막)으로 이뤄진다, 구조적으로는 자궁의 아래쪽으로 질과 연결되는 부위를 자궁경부, 그 안쪽 전체를 자궁체부라고 부르며, 특히 내부의 빈 공간을 자궁내강이라고 부른다.

 

자궁내막은 한 달에 한 번씩 수정란이 보금자리를 터는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착상하기 좋은 환경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손님’이 오지 않으면 두툼해진 부위가 떨어져 나가는데, 이것이 생리혈이다. 생리 때 여자가 짜증을 내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춘기 이전에는 자궁목과 자궁몸의 크기가 비슷하며, 전체 자궁의 길이는 약 2~3.5㎝, 너비는 0.5~1㎝ 정도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궁몸이 급속히 성장하게 돼 특징적인 조롱박 모양이 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6~8㎝까지 커진다. 이 자궁은 임신하면 크기가 커지며 만삭상태가 되면 500배까지 커진다. 그러나 폐경이 되면 자궁은 다시 작아지고 내막도 쪼그라진다.

 

난자가 만들어지는 난소(卵巢)는 우리말로 ‘알집’이다. 난소에서는 뇌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와 상호작용해서 여성호르몬뿐 아니라 남성호르몬도 만들며, 발생학적으로는 남자의 고환과 상동기관이다. 


성호르몬은 성욕과 관계가 깊다. 많은 사람이 여성의 성욕은 여성호르몬이 전적으로 좌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은 그리스어인 ‘oestros’(성욕)과 ‘gennao’(생기다)의 합성어에서 유래하였지만, 실제로 여성에게서도 남성호르몬이 성욕과 더 관계가 깊다.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의 분비는 급격히 줄지만, 남성호르몬은 크게 변화가 없어 성욕이 크게 줄지 않는다. 다만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질(膣)이 마르고, 생식기 전체가 퇴화하므로 겔을 바르거나 사랑의 힘으로 폐경 전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

 

난소에 자욱한 난포(卵胞)는 난자 주머니이며 거를 여(濾), 태보 포(胞)의 어려운 한자를 써 여포(濾胞)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난자가 쑤~욱 빠져나가면 황체가 된다. 난포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며 황체가 되면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한다. 난자가 수정에 성공하면 황체는 살아남아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들을 분비하지만, 임신이 되지 않으면 퇴화한다.

 

나팔관은 난자가 자궁으로 이동해서 수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보통 7~12㎝의 나팔꽃 모양으로 자궁 쪽에서부터 자궁부분, 자궁관잘룩, 자궁관팽대, 자궁관깔때기의 네 부분으로 나뉜다. 직경은 자궁관잘룩부분이 2~3㎜로 가장 좁고, 팽대부는 약 6~8㎜ 정도다. 자궁관깔때기의 끝에는 말미잘 모양의 자궁관술이 붙어 있으며 나팔관 내벽에는 많은 섬모들이 있어 난자와 수정란이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 수정란이 나팔관을 통과하는 데에는 보통 80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때 수정란 및 자궁내막은 착상이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변화한다.

 

이렇게 수 조 분의 1의 과정을 거쳐 자궁내막에 보금자리를 튼 수정란은 9개월 동안 또 다른 차원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아기로 성장하고, 끔찍한 산통 끝에 세상에 빛은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난 사람, 탄생과 생존 자체만 봐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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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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