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제대로 ‘씹는’ 법


E는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만났는데, 스위스에서 온 친구였다. 프랑스 학교를 나와서 가끔 프랑스어로 말할 때면 내 귀가 녹는 줄 알았다. E와 사귈 때 키스도 좋았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희는, 아. 이제는 그의 눈동자가 초록색인지 회색인지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자신의 입술로 내 몸의 지도를 그리는 E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첫 잠자리였다. 당연히 그의 손이 가슴부터 오리라 예상하고 긴장하는데, 발목으로 왔다. 내 발목을 손으로 마사지하듯 살살 매만지더니 이내 그의 입술이 복숭아뼈에 와 닿았다. 발목의 안쪽과 바깥쪽은 말초신경이 많이 모인 예민한 부위란 걸, E의 입술 애무를 통해 경험으로 깨우쳤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발 마사지법은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섹스 에너지를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준다. 발바닥의 중간과 위쪽을 자극하면 그 성 에너지가 가슴과 젖꼭지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발목 주위의 말초신경들은 질이나 페니스처럼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성감대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곳이니, E는 참말로 ‘길’을 제대로 아는 남자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어쩌면 그는 풋 페티시(foot fetish)가 있는 남자였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만난 지 삼 주도 채 안 된 여자의 발가락을 쪽쪽 물고 빨기란 힘들지 않을까.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 경험 덕분에 내 발가락이 남자의 입 안으로 들어가 물리는 것을 봐도 대범하게 받아들이긴 했다.

 

발목 외에 우리 몸에서 좀 씹혀도 괜찮은 장소가 무릎 주위다. 최고의 성감대 중 하나이나 관심의 중심에서 늘 먼 곳이다. 허벅지처럼 생식기와 가까운 곳이 아니어서 인지 무릎 주위에 애무를 받으면 진실로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무릎 뒤쪽을 핥고, 입술로 물고, 손가락으로 둥글게 터치해보라. 허벅지와 종아리의 중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무릎이 제대로 된 터치 덕에 순식간에 온몸의 열정이 모이는 곳이 된다. 그렇다고 무릎을 다짜고짜 물어 버리면 안 된다. 내 남자가 뜬금없이 나의 무릎 뒤쪽을 자기 입술로 물었을 때였는데, 행위 도중에 그곳이 입술로 눌러질 줄 몰랐던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연결된 상태에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적도 있다. 씹을 때 가장 반응이 확실한 곳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성기 주변이지만 되도록 이보다는 입술로 씹는 느낌을 내는 것이 안전하다.

 

쪽지나 메일을 통해 ‘전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작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라고 섹스 상담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시작은, 일단 둘의 거리를 좁히기부터. 함께 TV를 보다가 파트너의 어깨를 마사지하며 헤어라인에서 목 끝까지 가볍게 입을 맞춘다. 자연스럽게 무드를 조성하다 상대로부터 원하는 반응이 나오면 그때부터 파트너의 귀를 살짝 깨물며 입술과 이로 본격적으로 목덜미를 공략한다. 입술은 도장을 찍듯이, 이는 상처가 나지 않게 예민한 부위를 살살 긁듯이 사용한다. 쾌감에 파트너의 머리가 완전히 뒤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벗고, 집어넣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이 물고 씹기 테크닉에 익숙해지면 상대방의 피부에 달려들어 얼마나 빨리 쾌감에 굴복하는지 내기를 걸고 싶은 충동이 드는가 보더라. 촌뜨기처럼. 촌뜨기는 뭐든 내기를 하지 않으면 인생의 다음 단계로 일이 진행이 안 된다. 침대에서 야수는 오케이나, 촌뜨기는 정말이지 사절.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 Blank 2f561b02a49376e3679acd5975e3790abdff09ecbadfa1e1858c7ba26e3ffcef

    profile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위
페이스북에서 속삭을 만나보세요
속삭
Original 1628810363.5313268
Original 1628810343.805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