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섹스의 전제 조건



핫 섹스. 직역하면, 뜨거운 잠자리다. 뭐든 확 와 닿으려면 시각화(최근 보는 책들이 죄다 비즈니스 관련서라 칼럼 단어에도 영향을 준다!)가 잘 되어야 한다. 섹스 칼럼을 쓸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제어지만 돌이켜 보니 생각보다 브레인스토밍을 별로 안 한 단어라 내친김에 구글 검색도 해봤다.


핫 섹스 (hot sex)를 치면 가장 뭐가 먼저 나오는지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안고 클릭했는데, A Tribe Called Quest라는 힙합그룹의 뮤직비디오 <Hot Sex>가 제일 위에 자리하더라. 김새. 그것도 90년대 초 <부메랑>이라는 영화에 나온 노래다. 최근 노래도 아니여. 이미지는 어떤가 하고 클릭해보니, 그렇지. 구글이 이미지에선 내숭을 떨지 않더라. 상위권에 있는 이미지들이 죄다 적나라한 섹스 포지션 사진들이다. 여자가 위에 있거나 남자가 뒤에 있거나 여자가 남자의 페니스를 머금고 있거나 여자가 여자의 입술을 클리토리스 쪽으로 당기거나 하는 예상 가능한 사진들의 향연이다.

 

그중에 유독 시선을 오래 붙잡는 사진이 있었는데, 남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각자 성기를 자위하는 모습이다. 사진을 보자마자 제목이 떠오른다. 남사친/여사친의 이상적인(?) 시간 때우기. 아아. 판타지다. 섹스 판타지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종종 소개하는 테크닉이지만 나도 아직 글로만 배운 것이다. ‘하고’ 싶은 기분이 나려면 역시, 사진을 보던지 그림으로 상상하는 게 빨리 온다.

그다음 눈에 꽂히는 것이, 남녀가 나란히 한 방향으로 누워서 섹스를 하는데, 남자가 여자의 귀의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대는 사진이다. 섹스 가이드 책마다 자극적인 말로 상대방을 희롱하라는 조언이 많은데, 사실 귀 가까이에서 뜨거운 입김만 내뱉어도 효과가 있다. 그리고 핫 섹스에서 밀어는, 돈가스 집에서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 같은 존재다. 두툼하게 튀긴 돼지 살을 먹으러 온 거지 양배추를 먹으러 돈가스 집에 오진 않는다. 물론 황태자라는 별명의 대학 동창 같은 사람들은 돈가스를 먹을 때 곁들인 양배추가 신선하지 않으면 기분을 잡치는 것 같더라.

 

말보다는 ‘물’로 승부해야 한다. 마음보다 행동. 사랑해 라는 말 백번보다 사랑을 담은 혀놀림 한 번이 섹스의 온도를 올린다. 내가 이만큼 흥분했어, 라는 표시의 거친 숨소리를 동반한 입김은 기본, 축축한 혓바닥이나 입술로 파트너의 귀 주위를 문지른다. 오늘 밤은 핫 섹스, 라는 전투의지에 불타는 나머지 성기부터 입에 물고 싶은 성급함이 치밀더라도 참자. 뜨거운(!) 것은 가장 나중에 먹는다. 핫 섹스의 만트라다. 비록 여자의 다른 부위를 만지는 내내 중간에서 뻣뻣이 고개를 치켜들고, 거슬리도록 존재감을 뽐내는 당신의 ‘주니어’가 신경 쓰이겠지만 일단은 참아라.

 

축축한 혓바닥이나 침 혹은 러브젤 같은 윤활액을 잔뜩 묻힌 손가락으로 중요부위를 놓치지 않고 매만진다. 배꼽처럼 움푹 파인 곳은 혀끝으로 쿡 찌르고 지나간다. 파트너가 몸이 차가운 사람이라면 함께 먼저 샤워를 하거나 아니면 뜨거운 수건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괜찮다. 클리셰가 한두 개면 웃기지만 여러 개로 덤비면 그때부터는 감동이다.

파트너의 엉덩이는 눈에 띄는 위치에 비해 의외로 애무의 단계에서 스쳐 지나가기 쉽다. 손에 윤활제를 충분히 바른 다음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꼬집고, 찰싹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때려가며 터치해보자. 파트너가 엉덩이 오픈에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이라면 항문 주위를 원을 그리듯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다 살짝 안으로 찔러 넣어보자. 손가락 대신 당신의 혀를 그녀의 엉덩이에 찔러 넣는 것도 아주 자극적이다. 축축한 입김을 파트너의 엉덩이 골 사이에 후~하고 불어주면 아아. 이 장면 역시 구글 핫 섹스 이미지 상단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생각난 김에 다시 핫 섹스로 구글 검색을 하니 바로 핫 섹스 비디오가 나온다. 뒤를 이어 핫섹스 코리아 태그가 보인다. 드디어 구글이 나를 ‘내숭덩어리’에서 정말로 섹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파악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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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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