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꼭지 공략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여주인공 다코타 존슨의 인터뷰를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영화시사회에서 자신의 영화를 본 감상을 이야기하는데, “거대한 화면에 내 거인 giant 유두가 있네” 라고 말하는 거다. 여배우가 자신의 작품을 보는 걸 잘 못한다는 이야기였는데, 내 머리에 남은 건 자이언트 니플, 거인 유두 이 단어다.
 
젖꼭지. 굳이 큰 화면으로 크게 확대해 보지 않아도 무시하기 힘든 몸의 부위다. 그런데 서로의 몸에 익숙해진 커플이 무시하는 대표적인 성감대 중 하나가 젖꼭지다. 입술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지만, 성의 없이 지나치기 일쑤인 부위. 전통적인 섹스에서, 성기는 무조건 만나야 하니 성기가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끈적한 키스라든지 자극적인 가슴 애무라든지 하는 건 서로 익숙해지면 대충 하고 넘어가는 단계가 되기 십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젖꼭지 자극으로 인한 흥분도 뇌가 클리토리스나 질을 통해 느끼는 오르가슴과 같은 감각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이렇게나 소중한 성감대인데 말이야. 그녀와의 지난 잠자리에서 속옷을 벗기고 가슴을 대충 몇 번 주물럭거리고 바로 피스톤 운동으로 들어가진 않았는지 차분히 복기해보자.
 
젖꼭지 애무의 기본은 마사지와 꼬집기의 반복이다. 피부를 만질 때는 항상 곡선이다. 딱히 마사지법에 대한 책을 파고들지 않아도 이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접근할 때는 멀리서 가까이로. 가슴 주위를 원을 그리듯이 천천히 마사지한다. 이 때, 손끝이 차가우면 파트너의 몸이 움츠러든다. 파트너의 몸이 내게 활짝 열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손은 미리 좀 따뜻하게 만든다. 하다못해 손가락 끝만이라도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 몇 초 끼워놨다가 손바닥을 서로 마찰시켜 따뜻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면 좋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다, 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이런 평소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파트너에게 ‘다정한’ 사람이란 정보가 입력된다.
 
가슴이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게 보이면 손가락 사이로 젖꼭지를 끼운다. 손가락이 핀셋이라 생각하고 젖꼭지를 위로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자극을 준다. 그러다 손에 힘을 풀어 유두를 마사지하는 느낌으로 만지다가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살짝 힘을 주어 1,2초 정도 찌릿찌릿하게 비튼다. 파트너의 가슴 혈액순환을 돕는 느낌으로 말이다. 입을 그녀의 가슴에 가져다 댈 때는 바로 가슴으로 향하면 안 된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여친이 옷을 벗자마자 바로 당신의 페니스를 입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보라. 물론 이런 다짜고짜 ‘돌격! 앞으로’ 애무자세가 취향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중한 부위다보니 아무래도 몸이 저항의 사인을 보낸다.
가슴 애무를 입술로 할 생각이라면, 얼굴을 바로 가슴으로 가져가지 않고 일단 그녀의 귀에서부터 출발한다. 남자는 입술로 여자의 목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쇄골 부위에서 크게 원을 한 번 그리고 내려온다. 이 쯤 되면 여자의 머리가 절로 뒤로 간다. 그녀의 팔 한쪽을 당신의 어깨 위로 올려 그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상반신을 뒤로 젖히도록 돕는다. 이러면 그녀의 가슴이 완전히 오픈된다. 놀고 있는 당신의 손가락으로 입술과 함께 가슴 공략을 적극적으로 할 시점이다.
 
가슴 애무를 할 때 도구가 거드는 것도 좋은 잠자리 전략이다. 타조털 먼지털이 같은 것 말이다. 지인 J는 미니카를 모은다. 그의 작업실 한 면 벽에 장을 짜서 그 위에 자기가 모은 모든 미니카들을 전시해놓았다. 그런 자신의 보물에 먼지가 앉으면 안 되니 매일 타조털 먼지털이로 살살 먼지를 터는 작업을 잊지 않는다. 그의 유럽산 타조털 먼지털이를 봤는데, 정말로 고급지고 좋아 보인다. 먼지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새털이지 않나. 연인이 고급 새털로 가슴과 젖꼭지를 쓰다듬는다고 상상해보라. 아. 심상화만으로도 이미 털이 삐죽 솟는 기분이다.
극도로 간지럼을 타는 사람이 아닌 이상 깃털로 간지럼을 태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깃털로 맨살을 쓸면 기분이 순식간에 시원해져서 흥분도를 올리는 데 아주 유용하다. 인조털이 아닌 진짜 새털이라 뭔가 더 럭셔리한 기분은 덤. 무엇보다 이런 도구는 별로 ‘섹스’ 도구로 보이지 않아 좋다. 섹스 칼럼을 읽다가도 섹스 토이 이야기가 나오면 허겁지겁 다음 페이지로 손가락을 넘기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이런 ‘일상적’인 도구에 눈을 돌려보자.
 
그리고 가슴 애무 병행을 위한 섹스 포지션으로 좌위만큼 완벽한 자세도 없다. 여자는 남자의 위에 올라타는데 다리를 뻗고 똑바로 앉는다. 그런 다음 무릎을 앞쪽으로 최대한 위치한 다음 상반신을 그대로 천천히 뒤로 눕힌다. 그의 허벅지에 등이 닿을 때까지 말이다. 피스톤 운동을 하는 남자는 자연스레 입을 여자의 가슴에 가져다 댈 수밖에 없는 자세다. 젖꼭지를 깨물거나 핥거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입술을 움직인다.
 
개인적으로 남자의 페니스가 가슴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테크닉을 이미지로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내 남자는 이 테크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 번 넌지시 가슴이 F컵이 아니라서 그런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네. 그럼 뭐냐고 그러니까, 너무 자극적이라서...라며 말을 아끼는 이 남자. 아..그런 거구나. 


글 /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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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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