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한 판타지, 수중 섹스


일이 있어 태국 방콕에 다녀왔다. 시내 중심가 호텔에 묵었는데, 교통이며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수영장이 낡은 점? 운동은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나 수영은 좋아한다. 오전 7시, 호텔 수영장 오픈 시간에 맞추어 첫 물살을 갈랐다. 이른 아침인데도 섭씨 30도의 무더운 날씨가 수영하기에 완벽했다. 풀을 몇 번 왕복하고 비치 의자에 누우니 천국이 여기인가 하는 행복한 기분에 젖었다. 그리고 직업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제대로 된 ‘수중 섹스’를 살면서 딱 한 번 해봤다. 태국 어디메 개인 풀빌라 야외수영장이었다. 수중 섹스를 노리고 풀 빌라 숙소를 잡은 건 아니지만 염두에 두고 여행을 간 건 사실이다. 반 우발적으로 기념품 숍에서 이국적인 꽃향기의 작은 캔들을 두세 개 구입했으니까.

열대 지방의 풀 빌라는 대부분 개인 풀장이 딸려 있는데, 야외에서 나누는 야생적인 섹스 판타지를 꿈꾸는 당신에겐 이 개인 풀장이야말로 완벽한 무대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니 야외라도 섹스에 집중하기가 수월한 이점이 있다. 무드 조성을 위해 미리 조그만 캔들을 풀장 여기저기에 놓아둔다. 풀장 가에는 두툼한 비치타월을 몇 겹 쌓아두어 물에서 사랑을 나눈 후 올라와 가벼운 퀵 섹스를 위한 매트용으로 사용한다. 물속이니 당연히 여성의 은밀한 남쪽 ‘그곳’도 자연스레 젖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풀장 물은 생각보다 차갑고, 우리 몸속 액체도 같이 씻겨 내려간다. 매끄러운 수중 섹스를 위해 물에 들어가기 전 미리 실리콘 베이스의 윤활액을 듬뿍 바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실리콘이니 윤활액을 바른 후 오럴 섹스는 노, 노다.

 

수중 섹스는 입위만큼이나 자세가 주는 판타지가 대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다. 일단 둘 다 물에 둥둥 떠서 섹스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운이 좋아 풀장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넓게 설계된 구조라면 한 명이 물속에, 다른 한 명은 물가에 살짝 걸터앉은 모양새로 인터코스를 즐겨보자. 물론 격정적인 키스와 장난스런 애무는 커플 둘 다 물 안에 있을 때 분위기가 더 산다. 평소에는 수행하기 힘든, 서서 하는 섹스도 물속에서는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밀착감을 위해 여자의 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감고 서 있는 것을 추천한다.

 

또, 오럴 섹스를 즐기고 싶다면 당장 배영 포지션으로 누울 것. 그녀에게 당신의 페니스를 온전히 내맡기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분위기를 위해 본질인 섹스를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 것. 달려드는 벌레와 퉁퉁 부는 것 같은 몸 때문에 도대체 섹스에 집중할 수 없다면 아쉬워도 적당한 타이밍에 멈춘다.

아. 그리고 땅 위든 물 속이든 안전망 없이 질내사정을 하면 임신이 된다. 약간의 물이 인터코스 도중에 질 내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액이 모조리 씻겨나가거나 하는 일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파심에 덧붙인다.

 

호텔 풀장 비치 의자에 누워 몽상에 잠겨 있는데, 또 다른 한국인 여성이 수영장에 왔다. 누가 봐도 한국인인 걸 알겠더라. 남국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다른 칼럼을 통해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 내용인데, 몸매가 되든 안 되든 하루라도 어릴 때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 이국의 야외 수영장에서 동네 실내수영장용 어두운 줄무늬(엉덩이와 허벅지를 다 가리는 치마 덮개도 두르고!) 수영복이라뇨. 피부도 곱고, 날씬한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수영복으로 몸을 다 가린 게 아쉬워 아침부터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러분, 외국 수영장에서는 비키니보다 원피스 수영복이 더 튑니다. 제발.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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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 꼬로록... 피스톤에 주의해야 겠더라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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