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머리카락은 머리 '털'로 볼 것


머리카락을 머리‘털’로 인지하다. 섹스를 알고 나서의 변화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에 예민해졌다. 누가 내 머리를 만지는 것도, 내 남자가 타인의 머리를 만지는 것 모두다. 사랑에 빠진 이유는 기억나지 않아도 헤어진 이유는 확실하다. 전 남자친구와 크게 싸우고 헤어진 이유 중 하나도, 그가 학교 도서관에서 다른 여자의 옆머리를 쓸어내렸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그는 이미 나와 섹스를 나눈 사이였다. 장난스런 상황이든 뭐든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불과 며칠 전 밤에 그 ‘헤픈’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과 두피를 쓰다듬었던 주제에.

 

머리카락은, 음모처럼 섹스신에서 중요한 ‘털’이다. 소중한 애무 부위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 목 뒤의 신경종말을 활성화한다. 두피 마사지가 기분 좋은 이유다. 두피에는 대략 약 10만 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다. 머리카락 각각에는 입모근이라는 초마이크로미니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은 말 그대로 털을 서게 하는 근육이다. 겁을 먹거나 흥분하면 털을 곤두세우는 역할을 한다. 아직 분위기가 달아오르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긴 머리를 한 손에 움켜쥐고 쥐어 틀면 머리카락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솟아오를지도 모른다. 물론, 엄청나게 과장해서 이야기한 거다.

 

파트너와 함께 오르가슴을 맛보려면, 첫 느낌이 가장 강한 부위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그러니까 클리토리스 같은 부위 말이다. 하지만 애인이 당신을 향한 사랑에 못 이겨 자발적으로 폭 안기는 판타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뻔한’ 부위 말고 예상치 못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한다. 머리카락처럼 말이다.

 

감질나게, 점점 강도를 세게. 머리를 ‘털’로 인지하고 나면 머리카락을 만질 때도 스텝을 밟는 게 좋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살살 빗어 내리듯이 파트너의 머리칼을 만진다. 이때, 귓불이나 귓등도 은근하게 같이 어루만지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아직 두피를 쥐어짜고, 머리칼이 말고삐(?)가 되는 단계까지는 인내해야 한다. 딴 여자의 머리털을 만져서 이별을 당한 전 남자친구, 그와 사귄 계기도 돌이켜 보면 다 이 머리 쓰다듬기다. 그가 술에 취한 나를 택시로 데려다주던 날, 나는 우리의 썸을 깨버릴 작정으로 졸린 척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뉘었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빗어 내리던 순간, 모르긴 해도 내 머리털의 모든 입모근이 전부 ‘섰다’에 나의 클리토리스를 걸어도 좋다.

 

본격적으로 두피를 건드리고, 머리카락을 흥분으로 잡아당기는 시점은, 절정에 오르기 전 단계다. 어찌 되었든 피스톤 운동은 이미 가진 걸로(?) 끝나는 게임이다. 하지만 좋은 움직임에 긍정의 신호를 보내는 리액션은 가진 것에 힘을 싣는 아주 훌륭한 에너지 부스터다. 그의 페니스가 몸 안의 핫 스폿을 ‘제대로’ 찌를 때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그의 두피를 다소 힘을 실어 마사지하듯 애무한다. 남자는 여자의 뒤에서 진입할 때, 여자의 머리카락을 한 순에 움켜쥐고 잡아당긴다. 남자의 악력은 여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으니 혼자만 ‘동물적인’ 섹스에 헐떡이는 우스운 꼴을 보이기 싫다면 악력조절은 필수다.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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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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