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섹스, 해본 적 있어?
여름 휴가는 뭐니 해도 바닷가다. 뜨거운 해변. 비키니. 식스팩. 그리고 한여름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섹스. 프라이빗 비치에서 뒹구는, 포르노틱한 비치 섹스(beach sex)는 아직 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해수욕객들이 개미처럼 뒤덮인 모래사장에서 일탈을 즐겨본 적도 없다. 만약 해변 캠핑장의 텐트에서 경험한 잠자리도 ‘비치 섹스’의 범주에 넣어준다면, 저편 구석에서 조용히 손을 들겠지만 말이다.
대학 때였다. 친구들과 함께 동해안으로 피서를 갔다. 우리는 해변 근처 언덕의 캠프장에 2개의 텐트를 설치했다. 원래는 여자 따로, 남자 따로의 목적으로 설치한 거였지만 밤늦게까지 술과 함께 놀다 보니 결국엔 이래저래 뒤섞여 잤다. 당연히 남자친구는 내 옆에 누웠다. 술, 여름밤, 해변. 어린 커플을 미치게 만드는 데 완벽한 세팅이다. 그날 밤,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치마가 아닌 건 분명하다. 어렴풋이 면 소재의 가벼운 쇼트 팬츠를 입었던 것 같다. 적당히 술을 마셔 알딸딸한 상태였지만 쉬이 잠들 수가 없었다. 등 뒤에 바짝 붙은 남친이 몸을 비벼대며 드라이 섹스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비벼대기만 하다 끝날 줄 알았는데, 어리면 용감하다. 그가 내 쇼츠를 슬쩍 내리더니 은밀한 아래쪽에 손가락을 집어넣잖아! 그때, 얇은 비치 타월 겸용 이불이 우리 몸을 덮고 있었다. 타월 소재 이불이 요동치지 않도록 이불 한쪽 끝을 바짝 당겨 잡은 나는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우리의 미친 사랑놀음 덕에 술 취한 친구들이 깨면 안 되니까 말이다.
남친은 이미 반바지에서 콘돔을 꺼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모두 함께 텐트에서 자는 상황을 미리 알았음에도 콘돔을 준비한 성의, 인정해줘야 한다. 어떤 자세든 빨리 끝내야 했다. 좁은 데다 바로 옆에 아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극단적인(?) 공간에서 대단히 성의 있는 섹스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발뒤꿈치부터 척추를 따라 나의 볼까지, 그의 혀로 물길을 거스르듯 탐험하는 그런 멋진 전희 같은 건 언감생심이다. 텐트에 단둘이 있었다면, 내가 남자의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취하며 약간의 변형을 줬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란히 누워 겹쳐진 스푼 자세였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데 이 자세가 최선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미쳐도 친구들에게 라이브 포르노를 선물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진 않았으니까.
텐트 안이라도 해변이다 보니 모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바닷가 특유의 끈적한 공기와 우리의 땀 덕에 바닥에 흩어져 있는 모래들이 내 몸에 자석처럼 들러붙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서로의 성기에 모래가 붙거나 하지는 않았다. 섹스 내내 옆으로만 누운 자세 덕분이리라. 혹시 모래사장 위에서 섹스를 나눌 생각이라면,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도 남을 만큼 크고 두툼한 비치 타월을 깔고 거사를 치른다. 우리의 소중한 성기에 모래가 들러붙어 속살이 긁히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한다.
여하튼 나의 바닷가 섹스는 다분히 미친 행보였지만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별빛 아래’는 아니어도 여름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섹스를 하는 건 굉장한 낭만이었다. 뭐, 술에 곯아떨어진 친구들의 코 고는 소리가 없었다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말이다.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술 안마시고 은밀히 즐겨야 진짜 바닷가에서의
황홀한밤이지요 시원한 모래사장을 등지고
모래사장이 뜨거워 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