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ㅎㅎ 남친과 연애하고 있는 이십대 여자입니다. 남친도 전 여친이 있었고 저도 그랬었기에 전 당연히 경험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근데 몇 번의 관계를 가지다 보니 정말 그런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남자친구가 관계시 많이 부끄러워합니다. 제가 옷을 벗기거나 남친의 거기를 보고 싶다고 하면 엄청 부끄러워합니다. 제가 처음 섹스를 경험할 때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남친도 처음이라 부끄러웠던 게 아닐까요?? 제가 오랄 애무를 해줄 때 엄청 놀라는 듯 한 눈치를 받았고, 그 행위를 감격 받은 듯이 몇번을 언급했습니다. 오랄 애무가 당연하고 익숙한 남자라면 이걸 자꾸 언급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섹스 후 과하게 경험한 느낌을 늘어놓는 것도 그렇고요.

 

사실 처음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걸 치아님께 여쭤보는 저도 좀 웃기긴 합니다. 하지만 치아님은 남자시고,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남자가 처음 섹스를 경험 할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저보다 잘 아실거 같아서 이렇게 여쭤봅니다. 제가 첫 경험일 때 그랬거든요. ^^

 

글을 적다보니 남친이 성경험이 없다고 거의 치아님을 설득하는 글을 쓴거 같은데 사실 그렇기를 제가 너무 바라고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남친에게 제가 처음이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치아님이 보시기엔 이 남자가 처음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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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실 처음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걸 치아님께 여쭤보는 저도 좀 웃기긴 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어떤 이야기를 드려도 그게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실제로, 사연에 적어주신 행위나 태도, 반응만으로 ‘처음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고요.

 

사연에서 언급하신 ‘부끄러움’이나 ‘오랄애무’ ‘섹스 후의 반응’ 등은 정말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으며 내가 그랬다고 타인도 그럴 거라고 판단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은 추론입니다. 많이 기대하셨을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지만, 그래서 ‘처음’에 대한 판단은 내려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사연 주신 분과 다른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사연 주신 분이 지니고 계신 “남친에게 내가 첫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사실 무척 위험한 바람이거든요.

 

우선 “남친에게 제가 처음이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는 생각은 사랑의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나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상대가 이전에 소중하게 경험했던 사랑을 마치 허물이나 오염인 것처럼 간주하고, 그런 경험이 없는 상황을 ‘순수’로 인지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위험한 바람’이라고 한 말의 ‘위험한’은, 두 분의 사랑이 건강하게 이어지는 데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상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상대가 가진 모든 것과 살아온 모든 시간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때 사랑은 가장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지니신 그런 생각은, 만에 하나 지금 사귀는 분과 헤어지게 된 이후, 다른 남자를 만나도 만족할 가능성을 낮추는 나쁜 조건입니다. 또한, 만약 지금 사귀는 분이 ‘첫 경험’이 아니라면 이번 연애까지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감정이죠. 만약 지금 사귀는 분이 ‘첫 경험’이라 하더라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사연 주신 분은 그 사실에 너무도 행복하겠지만, 그것에 너무 행복하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에게 말하는 그 순간, 내가 그의 첫사랑이길 바라는 만큼, 그 역시 내가 그의 첫사랑이길 바라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과연 이 관계가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가볍게 물어보신 질문에 너무 진지하게 답변 드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저 두 분의 사랑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드리는 이야기라고 이해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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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