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사랑 나눌 때 딴생각, 나쁜 건가요?

[김원회의 性인류학] 성적 환상의 순기능


(사진=픽사베이)


성적 환상은 섹스의 질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상을 통해서 현실세계에선 불가능한, 신선하고 활기찬 섹스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기의 정도와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을까’하는 구상에 따라서 음식 맛이 달라지듯, 성욕이라는 본질적 욕구에다 성적 환장이 더해져 섹스의 느낌이 완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성적 환상은 성욕을 발동시키기도 하지만 꿈틀거리는 성욕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능도 있다. 환상의 내용과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환상의 스크린에 투사되는 내용의 핵심은 ‘고도의 음란성’이다. 자신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 될 수 있고, 현실 세계에서 금기시돼 있는 성행위도 등장한다. 아직까지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미감의 섹스를 실감나게 연출해 섹스의 권태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성적 환상은 특히 성행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평상시에도 성적 환상을 많이 하는 남성이나 여성은 오랫동안 건강한 성을 누릴 수 있고 성교 중에도 쉽게 자극 받고 오르가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사춘기 때 많은 공상들을 했겠지만 그보다도 커서 성숙된 성행동에서 얻었던 쾌락의 기억들과 연관된 환상을 떠올리는 것이 더 좋다.

 

남자와 달라 여자는 젊었을 때라도 약 3분의 1에 있어서는 욕망만으로는 성적 흥분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여성이라도 직접 섹스에 관여되었을 때 예를 들면 키스나 애무 또는 성교 중에는 성적 환상이 쾌락을 얻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성적 환상을 갖는 것 때문에 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는 여성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생리적인 것이므로 조금도 잘못 되었을 것이 없다. 실제로 약 45%의 여성이 성교 중에, 약 40%가 자위행위 중에 성적 환상을 하게 된다.

 

사람이 너무 성의 바깥일들에 몰입하면 성을 게을리 하기 쉽다. 특히 남자가 한 가지 일이나 취미에 정신을 팔게 되면 섹스리스에 근접하기도 하므로, 이렇게 안 되도록 아내는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골프에 빠져서 성교회수가 현저히 줄어든 남편도 알고 보면 거꾸로 섹스에 흥미를 잃었거나 별로 좋을 게 없어서 골프로 방향전환을 했던 것인 경우도 많으니 이와 같은 역현상이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근심, 걱정, 죄의식 같은 불쾌한 감정들이나 아이들 문제, 실직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도 흥미를 잃게 되는 중요한 원인들에 속한다.

 

(사진=픽사베이)


다음으로 한눈파는 남편들을 생각해 본다. 오랜 유교적 사고의 바탕에서 살아 온 우리는 여성은 늘 순결을 유지해야 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구 문물이 그렇게 쏟아져 들어 왔어도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 남편이 월급을 통째로 아내에게 주는 것도, 남자의 성범죄를 그렇게 엄하게 다스리는 것도 사실은 여권(女權)이 강해져서라기보다 어쩌면 여성의 정조를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여성들에게 가장 성이 개방되지 아니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고 따라서 성에 관한 한 여성들이 받는 피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문화권에나 다 있다. 따라서 너무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옛날에는 정조를 잃으면 목숨을 버리라고 은장도를 지니게 했다. 하지만 조선조 여인들도 그게 호신용으로 둔갑할 정도로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여인은 거의 없었다. 지금의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는 일일 듯해 소개한다. 정조 같은 것도 중요한지 모르지만 우리의 목숨은 그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쨌든 성에 관한 한 정상이라든가, 정도(正道)라는 것은 없고 따라서 어떤 정해진 메뉴는 없다. 그래도 환상은 늘 좋은 반찬이 된다. 언제고 만족했다고 생각되었던 경우가 어쩌면 자기에게 맞고, 즐거움을 주는, 그리고 옳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걸 잘 찾아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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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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