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막

[김원회의 性인류학]



몇몇 TV 사극에서 처음 궁녀가 되어 들어가는 여인들을 의녀가 앵무새 생피를 팔목에 발라 처녀성을 검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피가 잘 묻으면 처녀, 겉돌고 잘 묻지 않으면 처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민가에서는 첫날밤 성관계 때 흰 천에 피가 묻도록 했다가 빨랫줄 한 편에 널어 집안 어른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아랍의 일부지역에서는 남편이 손가락에 흰 헝겊을 싸고 질 안에 넣어보아 피가 묻어나오면 아내를 믿었고,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선볼 때 색시를 거울 위에 세워 놓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벗기고 그 곳에 강한 입김을 불어보아 바람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면 처녀라고 여기기도 했다. 처녀막에 부딪쳐 바람이 질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는 화로 위에 여성을 걸터앉게 하고 재채기를 하게 해 질구로부터 나오는 바람에 의해 화로 속의 재가 날아가면 처녀가 아니라고도 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여성의 소변을 검사해 침전물이 많이 생기면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18세기 독일에서는 목둘레가 굵으면 처녀가 아니라고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1세기 들어 그것도 미국에서 여성의 성기 근처에 갖다 대었을 때 들어오는 불빛으로 처녀를 감별할 수 있다는 '퓨어-오-미터(Pure-O-Meter)'란 초음파기계가 등장한 것이다.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 처녀, 빨간색 불이 들어오면 처녀가 아니라고 한다. 그 정확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물론 신빙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 희랍이나 로마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이원론에서 보듯이 인간이 영혼과 육신의 다른 두 개가 합쳐서 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처녀성이 중요해 진 것은 그리스도교가 들어 온 이후의 얘기다.

 

16세기 산파들이 처녀 판정을 하고 있을 때 빠레라는 프랑스 의사는 3살부터 12살 사이의 많은 여아들을 진찰해보고 처녀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고, 18세기의 부폰이란 의사도 처녀막이란 원래부터 없는데, 남자들이 자신의 소유권과 미치광이 같은 처녀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도덕을 육체로 변환시켜 만들어 낸 허구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처녀막이 아니 처녀가 무엇이기에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남자의 시기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열등감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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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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