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ok? not ok?
나는 ‘몰아서 하기 중독자’다.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밤을 새서 다 읽어 버리고, 다이어트를 하면 미친 듯이 몰아서 굶는다. 거의 모든 생활의 영역을 몰아서 하지만 섹스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분위기를 탈 때 아래쪽이 얼얼해지도록, 그래서 당분간 잠자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섹스를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대개 상대방의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자 성기의 메커니즘은 사정을 하고 난 뒤 휴지기가 있다. 리서치에 따르면 18살 전후의 젊은 남자는 오르가슴 후 15분 정도의 불응기가 있고, 70대의 남자들은 다음 섹스까지 약 스무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30분 정도는 쉬어야 다음 라운드를 뛸 준비가 되는 게 남자다.
하지만 이런 휴지기를 가져도 다시 밤을 불태우는 데 걸리는 암초는 늘 있다. 술을 과다하게 마셨거나 고민이 많아 뇌가 복잡하거나 질병으로 인해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등등. 아니면 정말 피곤해서 섹스보다 잠이 더 소중한 경우도 있다.
오늘 밤이 그런 날이다. 방금 섹스가 끝났지만 온 몸이 좀 더!를 외친다. 자꾸 들러붙으니까 그가 드디어 큐 사인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이가 번쩍 일어나기에 다시 팬티를 내리려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방문을 열고 나간다. 물을 마시고 오나 했더니 잡지? 그것도 자기만 읽는 사이언스 잡지다.
“잠들기 힘들 때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온대.”
이거 왜 이래. 나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야. AI 기술의 발전으로 나 같은 사람의 직종이 로봇에게 먹히지나 않을까 미래를 걱정한다고. 아니 그것보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인 게 아니라 더 하고 싶어서 당신에게 매미처럼 붙어 있던 거라고!
하지만 잘 자라며 인사까지 건네고 똑바로 눕는 남자에게 더 이상 어떻게 매달려? 그의 손에 쥐어진 잡지를 낚아챈 다음 대충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었다. 이 달의 광물자원, 석회, 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예전에 살던 곳의 수돗물에 석회가 많았다. 수돗물로 물을 끓이면 주전자에 하얗게 석회가 남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분하다. 주전자의 석회가 어젯밤의 마지막 기억이다.
남자들은 침대 2라운드 여부의 신호를 명확하게 보낸다. 잠자리를 더 할 생각이 없으면 곧바로 씻으러 간다. 연장전을 마음에 둔다면 번개처럼 씻고 돌아와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겠지. 친절한 남자는 “잘 자.” 라며 굿나이트 인사를 건넨다. “더는 못 하겠어”라고 돌려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면 당신이 확실한 보디랭귀지를 건네야 한다. 더 하고 싶으면 일단 파트너의 몸 위로 올라타기. 이쪽은 얌전히 누워 잠을 잘 생각이 아직 없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파트너의 중요부위(성기나 가슴, 혹은 겨드랑이?!)에 얼굴을 가져다대며 좀 더 노골적인 신호를 쏘아도 좋다. “잘 거야?”
마지막 카드다. 다시 하늘 높이 솟구쳐야 할 그의 중심부에서 여전히 소식이 없다. 사실 이 단계까지 오면 다음 라운드에 대한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신이 정말 이대로 꿈나라냐 하고 말하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내일을 기약하고 빨리 자자.
사랑 노래를 듣다보면 도돌이표처럼 등장하는 가사들이 있다. 영원한 사랑, 보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 그리고 이 밤이 새도록 사랑을 나누자 등등.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현실에서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는 일은 노래가사처럼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남자가 여러 번 덤벼서 귀찮다고? 행복한 투정(이라고 여자에게 꼭! 짚어주기)이다. 벚꽃놀이는 설사 올해 놓치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면 되지만 밤을 하얗게 불태우는 사랑 만들기는 철저하게 육체의 젊음에 달려 있다. 물론 발기 유지를 돕는 약물의 출시 덕에 몰아치는 섹스가 꼭 어린 육체의 전유물만이 아닌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젊음이다.
그러니 파트너가 끈질기게 사랑을 요구하면 체력이 받쳐주는 한 계속 잠자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당신이 더하자고 조르고 싶다면, 상대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에로틱한 부위다. 당신의 가슴으로, 지문으로, 입술로 파트너의 피부를 문지를 때마다 수백만 개의 말초신경이 흥분과 떨림을 전달한다. 그러니 더 하고 싶으면, 끈덕지게 몸을 문지른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보다 더 촉촉하고 매끄러운 피부로 나누는 샤워섹스가 장소의 이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섹스가 끝나고 샤워하는 상대의 뒤로 들어가 함께 씻자고 말하면서 몸은 다른 걸 원하는 티를 낸다. 샤워 스펀지로 파트너의 몸을 닦아주며 예민한 부위를 마사지한다든지 그의 앞에서 유혹적으로 몸을 씻는다. 좀 더 세세하게 말하자면, 양손으로 자신의 목선이나 가슴을 끈적하게 매만지거나 거품을 잔뜩 올린 음모 위로 손바닥을 은밀하게 움직여본다. 샤워를 빙자한 유혹의 장이다. 파트너에게 남은 힘이 있다면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한 번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것이다. 위의 팁들은 물론 내가 직접 해봐서 효과가 있으니까 말하는 거다.
여하튼 파트너만 먼저 홀라당 오르가슴에 오르고 돌아눕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섹스 매너는,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하기 전에는 절대 파트너에게서 몸을 떼면 안 된다. 자신의 오르가슴은 자신이 챙기는 거니까.
아. 사이언스 잡지 따위(!)에 나의 오르가슴 레이스를 멈추었다니. 곱씹을수록 분하다. 이럴 때는 남자 대신 달콤함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야지. 내 사랑 누텔라. 너는 언제 먹어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한결같은 풍만한 단맛, 변치 말아줘. 누텔라 만세.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