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지 않는 섹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생에서 ‘내키지 않는’ 섹스는 보통 두 가지 경우였다. 피임이 불안할 때, 그리고 마음이 그 잠자리에 없을 때

 

서민 기생충학 교수가 봉만대 영화감독의 체외사정 피임법에 대해 팩트폭행하는 영상을 최근에야 보았다. 봉 감독의 정자는 운동성이 없어서 피임을 안 해도 임신이 안 될 거라는 말을 하시더라. 어릴 적 체외사정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로서는, 서민 교수와 같은 권위자의 일침이 참 반가웠다.

살면서 체외사정에 목숨 건 사람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 남자도, 콘돔을 쓰면 ‘감’이 떨어진다, 자기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 라며 봉만대 감독의 도플갱어 같은 소리를 했다. 돌이켜보면 그 남자는 섹스력에 무한 자신감이 있던 것과는 달리 페니스가 그렇게 ‘단단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 남자와 관계를 할 때마다 임신의 공포 덕에 오르가슴은 물론 생리를 건너뛰기도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임신은 아니었다. 콘돔을 거부하는 남자들은 다들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짐을 본능적으로 느껴서 그러는 걸까. 감이 떨어지는 건 콘돔 때문이 아니라 원활하지 못한 자기 몸의 혈액순환 때문인 걸 말이다. 일반화시키고 싶지 않지만 일반화시키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후후.

그리고 사람이 솔직해야지. 매번 섹스를 할 때마다 콘돔 사는 돈이 아까워서(그보다 진실은, 자기 지갑 사정이 빈약해서지만) 그러는 거 누가 몰라. 고작 몇 번의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감이 떨어지네 마네 하며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다. 도구 탓, 환경 탓하는 건 ‘기본’이 모자라서다. 이건 비단 잠자리 문제만이 아니다.

 

콘돔은 삽입 직전, 제대로만 착용하면 피임률이 98%다. 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콘돔 사용률의 평균이 3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의 콘돔 사용률로 현저히 낮다고 한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콘돔 사용 독려를 위해 ‘피임’을 강조하는 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증거다. 어찌 되었든 아이를 품고 낳는 건, 여자 몫이니까. 차라리, 원치 않는 성병으로 비뇨기과 의사에게 기부금을 주고 싶은가! 에 콘돔 사용 독려 포인트를 맞추면 어떨까 싶다. 콘돔은 단순히 정자가 여성의 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텍스 콘돔의 성병 예방 효과는 80% 이상이라고 했다. 굳이 서민 교수의 권위를 빌려와서 콘돔에 대해 논할 필요도 없다. 커플 간 서로의 즐거움과 안전을 위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생애 처음으로 섹스북을 썼을 때다. 책으로 섹스 이야기를 펼치는 만큼 섹스와 관련한 온갖 주제들을 브레인스토밍 했다. 콘돔 역시, 섹스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슈다. 이런 저런 섹스북을 보면 콘돔을 ‘색다르게’ 끼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박스 기사 안의 팁 형식이거나 아니면 본문 안에 몇 줄 정도로 간략하게 써놓은 수준이다. 아마도 콘돔을 색다르게 끼우는 행위 자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이리라.

10에 아홉은, 콘돔 껍질을 까서 여자의 입술에 콘돔을 문 다음 콘돔을 여자의 입술로 끼우라고 되어 있을 거다. 사실 이 동작을 몇몇 포르노물에서 보긴 했다. 첫 번째로 드는 생각, ‘저러다 콘돔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콘돔을 입술로 끼웠을 때의 비주얼 쇼크는 굉장하다. 입에 콘돔이 물려있는 건, 곧 페니스를 무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물에서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바로 골반 근처가 후끈해지더라. 최소한, 이 장면을 포르노를 통해서 본 나의 감상은 그렇다.

가슴으로 콘돔을 끼우는 것 역시 성인물에서는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솔직히, 그게 가능합니까? 가슴이 얼마나 커야 가능하죠? 가슴 근육이 대단히 힘이 있고, 자신이 있다면야 모를까...이 외에 콘돔을 발가락으로(?) 끼우기 등의 변칙적인 방법도 있지만 모두들 명백히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는 거다. 그리고 너무 선수 분위기가 나는 건 여자들도 싫다. 데이트를 원하지 ‘업소(?) 분위기’를 원하는 건 아니니까.

잠자리에서의 핫한 테크닉도, 어디까지나 서로가 기분 좋은 영역에서 하는 거지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무리한 잠자리 기술을 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손을 뒤로 묶은 채 내 발바닥부터 핥으면서 올라오라고 명령한다. 그 상황에서 알겠어, 라며 기분 좋게 대꾸하고 즐거이 요구를 수행할 남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상호 인정 가능한 선에서 이것저것 재미있는 잠자리 기술을 쓰는 거다. 너만 좋고, 나는 기분이 거지야, 같은 잠자리 테크닉은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된다.

 

지금은 시대가 정말로 좋아서 콘돔 사용 후기도 사람들이 친절하게 온라인 상에서 싹 다 공유한다. 위키트리나 위키피디아에 가보라. 개인적으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양가죽으로 된 콘돔 같은 희귀한 제품 후기도 아주 자세하게, 사람들이 써놓았다. 이런 세심하고, 알찬 정보를 클릭 한 번이면 알아낼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흔히 쓰는 라텍스 콘돔 말고 조금 다른 재질의 폴리우레탄 콘돔에 대한 후기도 찾아보면 많다. 흠이라면, 라텍스 콘돔에 비해서 탄성이 떨어지는 것. 라지 사이즈가 나오지만 여하튼 자기 사이즈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청바지도 편하게 입으려고 한 사이즈 큰 거 고르면 후회한다. 입을 때 좀 달라붙더라도 바특하게 들어가는 느낌의 옷을 고르는 게 정석이다. 여하튼 콘돔 사이즈로 자기 ‘주니어’의 크기를 과시하는 게 콘돔의 원래 목적은 아니니까요. 폴리우레탄 콘돔은, 끼울 때 힘들어서 그렇지 콘돔을 착용하고 나면 착용감이 워낙 좋아서 콘돔을 페니스에 끼웠는지 안 끼웠는지 생각도 안 난다고 한다. 네에, 폴리우레탄 콘돔 착용자들의 후기다.

물론 콘돔으로 철저히 피임한다고 해서 바로 오르가슴이 바람처럼 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안전’하다고 느끼면, 여자의 몸은 그때부터 알아서 릴랙스 해진다. 그리고 안전한 섹스는 ‘노 섹스 no sex'보다 언제나 나으니까 ;)


글 /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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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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