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함을 원한다면, 진동


요즘 진동 클렌저로 얼굴 세안을 한 이후로 피부 만족도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왜 진즉에 기계를 클렌징 단계에 쓰지 않았나 후회할 정도다. 일상의 루틴에 뭔가 새로운 걸 추가하면 느끼게 되는 번거로움이 첫 번째 장벽이었다. 또, 내 손보다 기계가 일을 더 잘할 거란 사실이 왜인지 못마땅하게 느껴져 그동안 기계 클렌저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써보니 진짜 기계가 내 손보다 낫다. 이건 비단 얼굴 클렌징에 쓰는 기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잠자리에서 쓰는 바이브레이터는 솔직히, 훌륭하다. 섹스에 별로 생각이 없던 몸도 단번에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이브레이터의 디자인은 천차만별이나 솔직히 오르가슴과 섹스 토이의 모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진동의 힘이다. 기대는 반드시 노여움을 수반한다지만 진동 바이브레이터는 그딴 거 없다.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기계가 이래서 무섭다. 0 아니면 1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거나 아니면 화끈하게 결과물을 낸다.

 

우리네 섹스 라이프의 활력을 위해 가끔 화끈한 대화가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섹스 팁이다. 화끈한 대화, 좋다. 그런데 그동안 전혀 화끈하게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 아니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커플에게 느닷없이 침대 위에서 화끈한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을 해봤자 얼마나 노력이 뒤따를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둘이서 그렇게 ‘대화’로 풀 수 있을 것 같았으면 벌써 그 커플의 잠자리는 남의 훈수 따위는 필요 없는, 끝내주는 관계일 거다.

 

당장 불타오르는 잠자리를 위한 빠른 개선책은, 물론 파트너 바꾸기다. 100% 효과가 있는 방법이나 실생활에서 적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어드바이스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무언가 두 사람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테크닉을 잠자리에 끼워 넣어서 활력을 넣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동은, 커플의 지지부진한 성생활을 제대로 ‘마사지’해주는 효과를 준다.

 

꼭 기계를 써야 하나요? 전 포르노 배우가 아니거든요 등등 기계가 잠자리에 끼게 되면 당장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진동의 효과를 위해 아날로그 방법으로, 남자의 손가락이 나선다. 남자의 손가락이 여자의 질 안을 들락날락할 동안 손바닥의 두툼한 부분으로 클리토리스 주위를 압박하고, 마찰하고, 반동을 준다. 물론 남자의 손가락은 성기처럼 뜨거운 피가 흐르는 몸의 일부다. 그렇다고 해도 성기처럼 크지도 않고, 딱딱하기만 하고, 자칫하면 손톱 때문에 속살이 긁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손가락으로 ‘화끈함’을 가져오려면 질 내부가 아닌 클리토리스로 가져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화끈함’을 충족시키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적절하고 섬세한 진동 그리고 일정한 속도. 쉽지 않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손가락 워밍업으로 이 조건을 충족시키려다 보면 힘을 다 뺄 수도 있다. 메인 게임에 나설 페니스가 있는데, 잠자리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굉장히 소득 없는 짓이다. 기계를 쓰면 굳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진동을 통해 커플의 섹스 흐름에 확실한 쾌감을 전달해줄 섹스 토이. 잠자리에 부드럽게 안착시키려면, 무엇보다 감정적인 거부감을 덜어야 한다. 상대방의 피부에 바로 가져다 대지 말고 남자의 손가락 바로 위에 바이브레이터를 얹어 ‘간접’ 진동을 전달해보면 어떨까. 기계를 쓰지만 ‘쓰지 않는’ 효과를 준다. 섹스 토이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 라는 파트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그리고 파트너의 피부에 직접 닿는 물건인 만큼 믿을 만한 회사의 제품인지 재질은 무독성인지 등의 세부사항도 꼼꼼히 살펴보자. 


글 /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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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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