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기만 해도 천국 7층, 클리토리스

 

초등학생 때였다. 가족이 모두 외출한 날은 곧 나의 몸 탐험 시간이었다. 벽에 걸린 거울을 떼어다 나의 하반신을 유심히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렇게 뚫어져라 봐도 가슴처럼 도드라진 곳도 아니고 멀어서 어둡고, 잘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콩알보다 작은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확인하긴 했지만, 생물 시간에 생식기에 대해 배우기 전까지 그곳을 오줌 구멍으로 믿었다. 또, 엄마의 구식 성교육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거기엔 모두 음핵(한자로 표기해서 옥편을 뒤지는 수고도 했다!)이라고만 나와 있어서 그게 클리토리스와 같은 말이라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자위를 시작했을 때도 무언가를 질 안으로 넣을 생각만 했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개념은 나중에 생겼다. 비비기만 해도 될 일을, 많이 돌아갔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처음으로 클리토리스 애무와 피스톤 운동을 병행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의 감격이란! 파리의 앙젤리나 카페에서 일본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인 채 몽블랑을 한 입 떠먹었을 때, 그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마롱 크림 맛과 견줄 정도로 좋았다.

 

특히 남자가 뒤에서 진입할 때 그의 두툼한 손가락으로 흥분한 클리토리스를 함께 어루만져 주면 그 순간만은 이 사람에게 평생 복종하고 싶은, 없던 노예근성이 튀어나오려 한다. 어깨가 절로 내려가고 엉덩이는 하늘로 치솟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실제로 이 자세는 남성이 뒤에서 삽입할 때 가장 이상적인 몸자세다. 뻣뻣하게 어깨를 들고 있다가 ‘아 맞다. 어깨는 내리라고 그랬지...’ 하며 외운 섹스 공식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손이 클리토리스 언저리에 있으면 말이다. 엉덩이가 솟구치니 자연히 상대방은 놀고 있는 손으로 엉덩이를 주물럭댄다. 에너지가 넘치는 파트너라면 다리 한 짝을 들어 허벅지나 종아리 옆을 손바닥으로 비비는 행위를 할지도 모른다. 별로 간지럼을 타지 않더라도 이때 만큼은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살갗이 민감해진다.

 

자극을 받으면 금방 부풀어 오르는 곳이니만큼 참지 못하고 곧바로 클리토리스로 돌진하는 남자들이 있다. 당장 5분 뒤에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이 할 일은, 그의 머리를 중심부에서 떼어 낸 다음 당신의 허벅지로 옮겨 놓는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제일 먼저 먹어야 한다는 주의지만 남자가 내 몸을 ‘먹을’ 때는 제일 맛난 부위는 최대한 나중으로 미루길 바란다. 물론, ‘최고로 맛있는 부위’를 입술 대신 손으로만 느끼고 그치는 섹스 둔치랑은 하룻밤 이상 같이 자면 안 된다.

 

허벅지에서 대음순, 소음순으로 입을 옮긴다. 입술과 혀로 살갗을 들어 올리며,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빙빙 도는 하이에나처럼 원운동을 하며 클리토리스로 향한다. 클리토리스가 아직 발기 전이라면 질 안쪽으로 슬쩍 혀를 집어넣었다 빼며 여자의 흥분도를 올린다. 클리토리스가 부풀어 오르면 파트너는 입술을 위, 아래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여자의 민감한 공알이 단단해지기 시작하면 입안으로 넣어 빨아들인다. 커플 두 사람 모두 ‘오’를 외치는 시점이다. 흥분 곡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파트너는 손가락을 여성의 질 안에 넣어 피스톤 운동을 병행한다. 물론 입은 클리토리스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포인트. 이쯤 되면 여자의 고개는 뒤로 꺾이고 골반은 절로 하늘로 향한다. 그래도 멈추면 안 된다.


클리토리스 애무는 다이어트와 일면 비슷하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감량 목표에 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 ‘만세!’를 외치고 다이어트를 그만두면 금세 요요가 온다. 감량한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식단도 계속 조절하고,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그만두면 안 된다. 다이어트도, 클리토리스 사랑도. 거대한 자극에 멍해진 여자의 정신을 다시 클리토리스로 집중하기 위해 클리토리스의 아래쪽을 혀끝으로 비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그만!’이라고 외칠 때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존경받는 연인의 자세다.


블로그가 있지만, 원고 마감이나 책을 쓰고 있으면 며칠이고 몇 달이고 버려둔다. 파워 블로거가 되긴 애초에 글러먹은 자세다. 남성 독자가 대부분인 새로운 온라인 사이트에 칼럼을 게재하면서 블로그에 유입 인구가 갑자기 늘었다. 쪽지나 게시판에 안부 글을 남긴 이들이 모두 남자다. 자신의 출신지를 밝히면서 사적으로 만나고 싶다, 여자 친구와의 잠자리 문제, 섹스 칼럼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게시판에 남긴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아래는 며칠 전에 받은 쪽지다. 단 한 줄이지만 인상이 깊어 여기에 남긴다:

 

“그렇게 클리토리스니 페니스니 이야기하면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해요?”

 

내가 부모님이 되는 나이인데 왠 부모님 타령?

성기의 명칭을 정확하게 부르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이미 경험치로도 충분하다.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 만난 백인 친구 사라는 거북한 단어엔 뭐든 애칭을 붙이는 버릇이 있었다. 예를 들면, 오 마이 가드!(oh my God!)는 오 마이 빈즈!(oh my beans!)로, 클리토리스를 클리시(clissy)라는 애칭으로 말이다. 제일 상단에 난 음모에서 약 5cm 정도 내려오면 느껴지는, 살이 도톰하게 튀어나온 부분처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곳이 있다. 하지만 클리토리스는 아니잖아. 클리토리스라는 정확한 명칭이 있는데 굳이 돌려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생식기는 어느 나라의 언어든지 욕과 연관이 있다. 글 전체 내용이 점잖더라도 ‘보지’라는 표현이 끼어들면 단번에 모든 내용이 ‘좆’같이 느껴지는 건 내가 여자여서일까.


하지만 클리토리스는 아무리 외쳐대도 저속한 맛이 덜하다. 클리토리스 같은 놈, 같은 직접적인 비속어도 없고, 또 의학적 외래어의 느낌이 강해서다.


여하튼 침대 위 원 킬 원 샷을 노리는 당신이라면 클리토리스는 목표물 최상단에 올라가야 하는 위치다. 무엇보다 여성이 클리토리스를 열렬히 사랑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절정에 대해 통제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남자라면 조루라는 골치 아픈 통제 상실이 뒤따르지만, 여자는 그런 거 없다.

그러니까 클리토리스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데 눈을 뜹시다, 여러분.

 

 글/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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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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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이 공부해야 할 부분이라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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