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vs항문, 뭐가 더 야해?
"항문은 내줬지만 같이 씻으며 섹스한 적은 없어요."
지인 D와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직업이 섹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대낮에 여자 둘이 항문이 어쩌고 샤워섹스가 어쩌고 얘기한다가 사레가 들리면 곤란하지. 지인이 애널 섹스를 '보통'으로 여기는 것보다 충격적인 것은, 2년 만에 커플이 처음으로 한 침대에서 잤다는 것이다. 한 집에 같이 살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애널 섹스는 2년 전 이야기라는 셈. 흐흠.
D의 섹스리스 라이프의 변명은 다음과 같다. D의 남자가 너무 예민해서 안대를 해야 제대로 잘 수가 있어서, 그의 숙면을 위해 D가 딴 방에서 잠을 자다 보니 그렇게 2년 간 섹스 없이 살았다는 것. 섹스는 일상이 아니라 특별 이벤트 같은 부류라는 것이 그녀의 입장. 우리도 그랬어, 그럴 수도 있지 등등 D의 이야기를 듣고 동조한 주변인들이 많다며 D는 되려 자신의 섹스리스 라이프를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람들이 '특별한' 섹스를 위해 무드 양초를 켜고, 럭셔리한 실크/벨벳 시트 위에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몸을 섞는 그림. 그런 그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에 내 소중한 클리토리스를 걸 수 있다.
섹스리스 문제로 고민하는 커플을 보면 일단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다. 몸이 당기면 섹스를 해야 하는데, 곁에 없는 게 문제. 내가 S와 동거를 할 때 석 달 동안 섹스리스였을 때가 있었다. 딱히 서로가 지겨워졌다거나 딴 사람에게 눈을 돌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단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않은 게 우리 잠자리의 문제였다. 그래서 함께 사는 커플이라면, 섹스리스의 위험도를 체크하는 건 간단하다. 지난 일주일 간 자신이 몇 번이나 파트너와 함께, 같은 시간에 누웠는지 종이에 써보라. 같은 타이밍에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섹스의 기회는 올라간다. 또, 일주일 내내 똑같은 시간에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면 피부 접촉에서 답을 찾을 것.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위해 함께 샤워를 하면서 서로 소원했던 몸을 친밀하게 만들어보자. 서로의 몸에 비누거품을 잔뜩 묻힌 다음 몸 전체가 손이라고 생각하고 상대의 몸을 마사지한다. 야시시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남성의 팔이나 허벅지와 같은 부위를 여성의 음부 아래에 놓고 앞뒤로 밀듯이 마사지한다. 여성은 음부를 남성의 살에 비비면서 클리토리스를 압박해서 좋고, 남성에게는 촉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테크닉이다. 눈이 맞으면 샤워기 아래서 핫 섹스 시작. 배려심이 있는 남자라면 여자의 몸을 돌려 벽 쪽으로 향하게 한다. 삽입 자세를 잡기 편한 점도 있지만 자칫 쏟아지는 샤워기 물 아래 여자의 긴 머리가 미역처럼 들러붙어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항상 예뻐 보이길 원하는 여자의 마음, 이해하길 바란다. 욕조 근처 바닥에 미리 두꺼운 샤워 타월이나 매트를 깔아두면 샤워하다 '느낌'이 올 때 미끄러운 욕조보다 편안히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만약을 위해 집 욕실을 쓸 때는 문 잠그기를 잊지 말 것.
앞으로 하나 뒤(!)로 하나 어차피 섹스라는 행위 자체는 같은 것이나 D의 욕실에서 하는 게 항문보다 더 '야하다'라는 의견엔 너무나 공감하기 힘들다. 단지, 애널섹스를 하면 초당 엄청난 변비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단 이유로? 브라질 여자 두 명이랑 항문뿐만 아니라 심장까지도 벌렁이게 만들 애널 섹스를 하는 나초 비달 (Nacho Vidal)의 연기를 감상한 나로서는 더더욱!
글 /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