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남과 절정 미루기
내가 뜻을 완전히 거꾸로 혹은 내 멋대로 이해하던 신조어들이 있었다. 된장녀와 토끼남인데, 된장녀는 전통 장류인 된장처럼 신토불이를 사랑하는 여자로, 토끼남은 생식력이 왕성해서 아이를 순풍순풍 만드는 남자란 뜻으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테이크아웃 커피를 길을 걸으며 마시는 내 모습을 SNS에 올렸는데, 그 사진 아래 된장녀 어쩌고 하는 댓글 덕에 마침내 제대로 된 뜻을 알았다. 혹시나 해서 토끼남도 검색해보니 완전히 다른 의미더만. 토끼의 번식이 아니라 빠른 사정이 포인트였더라. 귀여운 토끼를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런 단어. 토끼남의 정확한 뜻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토끼마저 싫어지더라. 여하튼 내가 너무나도 섹시해서 남자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머지 번개처럼 사정을 해버린다면, 내 매력이 과한(?) 점에 대한 반응이니 기쁘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그렇다면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과음을 한 뒤 섹스는 늘 이른 사정에 영향을 준다. 자위가 습관이 되다 못해 중독에 이른 남자들도 요주의 대상. 또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도 토끼남이 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콘돔을 몇 개 동시에 착용하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거나 성기를 마비시키는 크림을 사용했을 때도 의지와는 상관없는 토끼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토끼남이라는 타이틀을 억울하게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평소에 미리 문제 해결법을 숙지하는 것이 바른 자세. 먼저, 단순하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 자극을 강제로 차단하는 거다. 과한 자극을 피해 인위적으로 사정을 멈추기, 나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먼저 접했다. 포르노 배우가 사정하면 안 되는 타이밍에 분출 기미를 느끼니까 피스톤 운동을 급하게 멈추고 페니스 아래 부분을 꽉 잡아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하더라. 그러니까 강력한 압박으로 흥분을 누르는 모양새. 이건 정말 급박할 때고, 나는 아직 여유가 있다, 라는 느낌이 들면 오르가슴에 이르기 직전,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손과 입으로 몸의 다른 부위를 애무하며 버티는 것이다. 조루도 막고, 또 상대의 오르가슴을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파트너와 함께 절정을 경험하려 노력하는 건 좋다. 그런데 가끔 자신이 조루처럼 보일까 봐 흐름이야 어떻든 마냥 섹스를 오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넉넉할수록 유독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남자들이 있는데, 예전 남자친구 중 한 명이 그랬다. 그 친구와 첫 섹스 때였는데, 그 애가 너무 오래 하는 바람에 내 하반신도, 입도 함께 녹다운되었다. 결국 그도 오르가슴은 고사하고 사정도 못 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섹스를 마무리 짓기를 간절히 원했는데도 말이다. 여자들의 오르가슴은 남자보다 느리게 온다고 해서 시간을 길게 가지지만 결과적으로 오랜 피스톤 운동 때문에 여자도 힘들어지고, 콘돔은 말라가고, 땀은 식어 차갑다. 분위기 봐서 적당히 중간에서 끊는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가끔 절정에 오른 척 연기를 할 때가 있다. '나랑 하면서 내 여친은 한 번도 연기한 적 없는데?' 라고 지금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온 샐리의 가짜 오르가슴 연기, 현실에 분명 있다. 아니, 많다. 아마도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는 그대의 마음이 다칠까봐 파트너의 연기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덕이 아닐까?
남성의 사정은 항상 오르가슴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과 기분에 상관없이 신체의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도 정액은 얼마든지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쾌한 사정과 기분 좋은 만족을 주는 오르가슴, 여성의 “그곳”을 메마르지 않게 하면서 적절한 시간 내에 잡는 정석은, 역시 남녀 모두 터치의 시간을 늘리는 거다. 그리고 남자는 오르가슴에 오를 준비가 완전히 되었다고 느끼기 전까지 질 내 삽입을 참아볼 것. “준비”가 완전히 되기 전에는 삽입을 시도하지 않기. 단순하지만, 오르가슴에 있어서 불변의 진리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