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섹스' 100% 즐기기


연일 영하 9도를 넘나드는 차가운 도시, 옆구리는 시리지만 내 짝은 없다. ‘커플지옥!’의 저주를 읊조려봤자 스스로 기분만 다운될 뿐. 소득 없는 소개팅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면, ‘즐거움’만을 위한, 섹스 트립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국적인 섹스 여행지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나는, 석양이 지는 태국의 해변을 떠올린다. 양옆에 가무잡잡한 여인네 두 명을 끼고 걷는 벌겋게 태닝한 북유럽 남자, 조그만 무에타이 링 주변을 둘러싼 바에 가득한 쭉쭉빵빵한 언니들(로 보이지만 사실 모두 트랜스젠더라던지..) 같은 이미지 말이다. 특히 파타야의 유명세(?)는 예전 직장 선배 덕에 일찍이 알았다. 선배의 당시 애인 분이 연말을 앞두고, 남자친구들끼리 파타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전날 헤어졌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 


짝이 있는 사람들에게 홀리데이 시즌의 섹스는, 아무래도 장소 선정이 우선이다. 섹스 공간을 바꾸어 파티 분위기를 내는 데는 아무래도 호텔이 가장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선택. 호화로운 배쓰 오일이나 솔트를 호텔 욕조에 가득 푼 다음 그녀와 둘이서 목욕을 겸한 진득한 패팅을 나누거나 아니면 전희의 일환으로 침대 위에서 함께 섹스 무드를 일으키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스킨십을 나눠 보자. 시트에 음식을 흘려 얼룩이 생겨도 빨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정력과 럭셔리함 그리고 겨울이란 계절을 의식한 메뉴는 단연, 굴이다. 전설의 호색가 카사노바는 하루에 굴을 50개씩, 욕실에서도 먹었다고 한다. 예전에 엄마는 김장을 담글 때 항상 굴을 집어넣었다. 나는 굴의 물컹거리는 식감이 싫었다. 한 번은 “김치 속에 굴 좀 빼면 안 돼?”라고 투정을 부렸더니 엄마는 “전부 아빠 몫이야. 넌 손도 대지 마”라고 잘라 말씀하셨다. 긴긴 겨울밤과 굴. 엄마도 분명 굴이 가진 정력 식품으로서의 명성을 의식하고 김장을 담근 것이리라.


초콜릿이야말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최음 음식이다. 과자 회사의 음모니 하며 풍습을 깎아내리려고 해도 사랑을 전하는 날에 초콜릿이 빠지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초콜릿은 카페인과 더불어 도파민 방출을 유도하는 페닐에틸아민이 들어 있어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섹스 무드에 젖게 도움을 준다. 물론 엄지 크기의 작은 초콜릿 하나를 먹었다고 해서 사람의 살갗에 닿자마자 흥분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전하는 날에 초콜릿이 소비되는 건 ‘소망’에 가까운 것이다. 사랑의 언어를 굳이 초콜릿으로 표현하는 건 스킨십이나 대화로 사랑을 전달하는 단계가 아니라서 그렇다. 초콜릿을 주고받으면서 오가는 기대감과 열망, 육체보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매점에서도 파는 초콜릿을 먹으며 성장해온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 받은 초콜릿으로 갑자기 대단한 섹스 부스팅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초콜릿이 성기 모양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지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물이 빠질 수 없는 법. 애매한 선물을 사느니 내가 선물이다! 콘셉트로 이번 연말의 잠자리를 밝히는 것도 고려해보자. 나의 홀리데이 섹스 판타지 중 하나는, 붉은색 벨벳 리본으로 묶인 남자의 페니스를 선물로(?) 받는 것인데, 아직 실물로 영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남자의 굵은 목보다 리본도 적게 들어 비용면에서도 좋은데 말이다. 관건은, 묶인 벨벳 리본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단함’을 계속 유지한 채 페니스가 하늘로 치솟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이 되면 남자들은 리본이고 뭐고 그냥 피스톤 운동으로 직행하려 할 거다. 무엇보다 남자들은 ‘소중이’에 무얼 갖다 붙이는 것 자체에 거부감(빨간 리본을 발에 매단 거위 취급하냐며,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를 들먹이며 화를 낸 케이스도 있었음)을 드러내더라. ‘그’는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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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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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속의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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