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시즌과 핫 섹스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밸런타인데이는 좋으면서도 마뜩잖은 점이 있다. 날이 날이니만큼 로맨틱한 기대로 사람을 들뜨게 한다. 그렇지만 초콜릿을 남자에게 전하는 건 진짜 좀 그래. 야구장 키스 타임 때 남자친구 앞에 무릎을 꿇은 여자가, 나랑 결혼할래? 하며 반지를 건네는 것만큼이나 ‘뜨악한’ 그림이다. 비약이 지나친 감이 없진 않지만 적어도 내겐 이런 느낌. 뇌가 온통 ‘꽉 막힌’ 성적 이미지로 뒤덮인 인간이라고 욕을 해도 할 말은 해야겠다. 초콜릿은, 남자가 여자에게 줄 때 어울리는 선물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내 남자에게 아주 맛있고 예쁜 초콜릿을 선물하겠지. 더불어 핫한 섹스를 기대할 거다.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뜬 청춘도 아니고, 사실 초콜릿보단 핫 섹스가 밸런타인데이의 하이라이트다.

 

밸런타인 섹스를 핫하게 만드는 데 섹시한 란제리가 빠질 수 없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커플들이 기념할 만한 날 전후, 속옷 전문점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들이라면 쇼윈도가 대체로 화려한 붉은색 란제리로 장식된 걸 눈치 챈다. 단조롭고, 절제된 컬러의 속옷만 입는 파트너에게 불만이 있다면 밸런타인데이를 핑계로, 섹시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속옷을 선물하는 센스를 발휘하자. 본격적인 섹스 전 10초면 사라질 속옷이라 하더라도 이런 날, 특별한 속옷은 그 자체로 분위기 메이커다. 그리고 겉옷과 달리 속옷은 취향이 좀 달라도 선물로 받으면 계속 입는다. 나는 겉옷으로는 절대 번쩍이는 보라색 컬러를 선택하지 않지만 그 옛날, 어느 남자친구가 선물한 새틴 소재의 보랏빛 끈팬티&가터벨트 세트는 가끔 입는다.

 

밸런타인데이처럼 대놓고 로맨틱한 날엔 평소와 같은 섹스로는 대단한 오르가슴을 기대하긴 어렵다. 기대심리라는 게 그렇다. 오르가슴을 위해 무엇을 하든 섬세하게 하되 평범하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일 마사지는 이런 날에 어울리는 비범한 테크닉. 설사 머리가 별로 흥분하지 않은 상태여도 물리적으로 피부를 먼저 뜨겁게 만들어 분위기를 잡아주니까. 단순하지만, 늘 효과 있다. 많은 부분 촉각에 기대는 테크닉이나 파트너가 향기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무향이나 상대가 좋아하는 향의 오일을 준비한다. 먼저, 자신의 양손바닥을 마찰해 따듯하게 만든 다음 마사지 오일을 손에 듬뿍 덜어 적당히 데운다. 체온으로 따뜻해진 오일을 파트너의 피부에 듬뿍 묻힌 다음, 부드러운 손길로 상대방의 전신을 쓰다듬으면 오케이. 귀 아래에서 출발, 어깨를 타고 팔을 쓰다듬고 등을 지나 한쪽 다리를 다 훑은 다음 다시 엉덩이로 올라와 반대편 다리를 훑는다. 파트너의 피부가 실크라고 생각하면, 손을 어떻게 쓸어내릴지 감이 올 거다. 그리고 ‘하고 싶다’라는 큐 사인은, 엉덩이나 골반 주위를 오래, 집중적으로 느물거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트너와 낮 동안 섹스 채팅을 한 여자가 그날 밤 섹스를 통해 오르가슴에 오를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러니 뜨거운 밸런타인의 밤을 위해 전희는 대낮에 뜨거운 문자를 주고받는 걸로 대신해보는 전략을 고려해 볼 것.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밸런타인 섹스는 역시나 괜찮은 호텔방에서 나눈 사랑이다. 특별한 날을 위해 분위기 있는 공간을 미리 준비한 성의가 있었으니까. 호텔방 벽지는 무슨 색인지, 침대에서 체위는 몇 번 바꾸었는지 등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밤의 분위기는 여전히 생생하게, 몸이 기억한다. 정성과 물질의 훌륭한 조합이다. 때로는 정성보다 물질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는 남동생이 밸런타인데이 때 좋아하는 여자에게 초콜릿과 수많은 종이학이 담긴 선물상자를 건네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초콜릿과 종이학 대신 보석이었으면 그의 사랑은 거절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보석 같은 마음보다 진짜 보석이 더 위력이 있을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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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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