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깔끔하게 나누는 법
2주째 도쿄에 머물고 있다. 도쿄는 자주 가는 편인데, 언어가 늘 아쉬워서 2주 초단기 연수를 왔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나의 문법이랑 단어수준을 확인할 좋은 기회다. 우리 어학원의 90% 이상은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다. 교실에 들어가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자리가 있다. 거의 지정석처럼 각자 자리가 있는데, 회화 시간에 내 옆에 주로 앉는 북유럽 아이가 있다. 피부는 깨끗하고 하얀데 몸에서 엄청나게 냄새가 난다. 그 아이가 팔을 들썩일 때마다 꼬릿한 체취 탓에 순간 말을 잃을 정도다. 운동을 좋아하는지 항상 스웻 셔츠를 입는데, 옷도 자주 안 빠는 것 같다. 꽤 잘 생겼지만 이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은 단 1초도 없다. 온몸이 냄새덩어리인 남자랑 침대에서 함께 뒹굴기,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냄새나는 남자, 하면 나는 이상하게도 해리슨 포드 주연의 <랜덤 하트>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해리슨 포드가 아침 조깅을 열심히 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인과 키스를 나누며 뭔가 뜨거운 일이 진행될 것 같은 신이 나온다. 화면상으로는 격정적이고 로맨틱하게 보일는지는 모르나 현실에서라면 으힉, 절대 사절이다. 그렇게 땀 냄새를 풍기며 비벼대니 부인이 바람을 피우지, 라는 게 그 장면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다. 자신이 아끼는 실크 드레스나 드라이클리닝이 절대 요구되는 옷을 입고 있는데 상대방이 끈적이는 몸-게다가 묘한 냄새까지 난다면!-으로 애정 표현을 해댄다면 사랑도 싫다. 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때는 전쟁 외에는 없다.
현실의 섹스 신에서는 폭풍 같은 열정만으론 넘을 수 없는 벽이 분명 있다. 불과 5분 전에 공중 화장실에 갔다 온 걸 아는데, 차 안에서 오럴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참 힘들다.
그렇게 섹스와 위생이 중요하면 분위기에 취해 씻을 사이도 없이 휘몰아치는 섹스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묻는 이가 있다. 섹스에 몰입하고 즐거우면 청결함에도 어느 정도 둔감해지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맞다. 그리고 틀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섹스 전에 ‘아래쪽’을 물티슈라도 닦는 게 여자다. 섹스를 마치고 땀과 체액으로 범벅이 되는 건 생각만 해도 몸이 뻐근해지지만 섹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와 같은 상황과 마주하는 건 다른 문제다.
할리우드 여배우 데니스 리처드는 모닝 키스를 위해 아침에 눈뜨자마자 베드 스탠드에 올려 둔 가글을 하고 미리 준비한 컵에 가글액을 뱉은 다음 파트너에게 키스를 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모닝 키스는 사랑하지만 구취는 참을 수 없다는 커플에게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파트너의 구취가 거슬린다면 입 대신 상대방의 몸에 키스를 날리자. 보디 키스의 핵심은 위치에 따른 테크닉 변화다. 쉽게 말해서 몸의 평평한 곳은 입술로 도장을 찍듯이, 굴곡이 있는 곳은 혀로 핥아 내리고, 젖꼭지나 엉덩이처럼 튀어 나온 부분은 잘근잘근 깨물며 흡입하듯 키스한다.
음모가 수세미처럼 찌부러질 만큼 타이트한 스키니 진 덕에 당신의 성기에서 거실 한 구석 오래된 실내화의 밑창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제 아무리 훌륭한 기능성 속옷이라도 누드로 잠을 자는 것보다 더 우리 몸의 ‘통풍’을 좋게 할 순 없다. 그러니 몸 냄새와 건강을 생각해서 알몸 취침을 고려해 보도록. 무엇보다 알몸 취침은 자연스레 섹스 횟수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트너의 체취가 도저히 구미에 맞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씻으며 섹스 하는 것도 좋다. 샤워 섹스는 웬만하면 시설이 훌륭한 호텔에서 한다. 고급 호텔의 욕조는 일반 가정의 욕조보다 넓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처리가 잘 되어 있다. 조명도 미등과 백열등이 함께 있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어렵지 않다. 여기서 좀 더 무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양초를 몇 개 켠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배경으로 뜨거운 섹스를 시작...그러나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샤워 섹스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구조상 자세를 잡기가 무척 까다로운데, 여성이 벽을 짚은 채 남성에게 등을 보이고 서며, 남성은 물줄기를 맞으며 여성의 뒤에 서는 것이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이니 참고하시라.
그리고 호텔에서 콘돔을 쓰고 아무데나 버리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의 핑계는 대개 자기 집이 아니니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굳이 남자의 침실에 가서 확인해보지 않아도 그런 못된 버릇은 변함없을 거라는데 한 표. 반드시 다 쓴 콘돔은 휴지통에, 남자가 직접, 버리도록 하자.
글/ 윤수은 섹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