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다이어트의 상관관계

 

“언니는 24/7 다이어트 하네요.”

며칠 전에, 지인을 만났는데, 내가 카페에서 커피만 주문하자 대뜸 하는 소리가 또 다이어트 중이냐는 말이었다. 솔직히 다이어트는 1년 내내 한다. 물론 크림 파스타나 케이크에 가끔 무너질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여름이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집중해야 할 시즌이다.

“언니, 저는 이제 올라타지 않으면 흥이 안 나요.”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뱉을 뻔했다. 이 친구는 여러모로 내 삶에 자극을 주는 친구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훅 치고 들어올 때는 정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단축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향후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는 친구는, 그녀의 생활패턴처럼 침실에서도 스스로 운동량이 많은 걸 택한다. 나는 내 허리보다 입이 바쁜 게 더 재미있던데,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커피를 또 한 모금. 섹스 토크에 흥이 터진 우리는 뱃살 관리를 위해서라도 카우걸 자세는 중요하다, 패턴을 깨려면 여자가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둥 두어 시간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2013년 캐나다 몬트리얼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들의 섹스를 분석한 결과 남자는 분당 4.2 칼로리, 여자는 분당 3.1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했다. 도보보다는 많고 조깅보다는 덜한 칼로리 소모라고 한다. 만약 우리네 평균 섹스 시간을 6분으로 잡는다면, 이때 소비 열량은 약 24 칼로리 정도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낮에 먹은 치즈 케이크 1조각을 섹스를 통해 몸에서 빼내려면, 두 시간이 넘도록 아주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는 소리다. 아아 말도 안 돼.

가끔 이런 과학적인 자료를 통한 현실 파악을 하고 나면, 섹스로 살을 빼려는 꼼수(?)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다. 잠자리 한 번 하면 최대 200-300칼로리 정도 뺀다면서요! 물론 밤새도록,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내 몸을 움직였을 때의 결과겠지.

저번 섹스 칼럼에도 언급했지만, 섹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포지션들은 여자의 오르가슴에 도움이 되는 동작들이다. 일단 여자가 남자의 위로 올라가야 한다. 여성 상위에서 더 쉽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건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엉덩이, 허벅지, 허리를 자극하고 운동하는 데 여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부닥치는 문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섹스를 통해 몸을 날씬하게 할 것인가, 날씬한 몸으로 섹스를 즐길 것인가. 나는 단연코 후자다. 내 몸에 자신 있으면, 더 잘 벗고(?), 잠자리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뱃살이 신경 쓰일 때는 몸이 살짝만 뒤집혀도 짜증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그리고 제아무리 여자의 오르가슴에 최적인 자세가 여성 상위라고 해도, 살이 찌면 귀에 들리지 않는다. 여친이 당신의 몸 위에 올라탔을 때 그녀의 육체 자신감을 알아보려면, 그녀의 시선에 답이 있다. 그녀가 군림하는 여왕의 눈빛으로 아래에 깔린 당신의 눈과 마주한다면 자신의 육체에 자신이 있다. 만약 2초 전에 카우걸 자세를 취했는데 바로 머리가 뒤로 넘어간다면, 흐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폴리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친구와 피자를 먹는 신이 나온다. 뚱뚱한 건 싫지만 먹을 땐 죄책감 없이 그냥 먹고, 다음 날 청바지 큰 거 하나씩 사자는 대사를 한다. 절반은 공감한다. 나라면 먹을 땐 그냥 먹고, 다음 날 청바지를 지금보다 더 작은 사이즈를 사서 바짝 다이어트를 할 거다. 잠자리에서 뱃살이 출렁이는 내가 싫은 것만큼 파트너를 고를 때도 조건은 같다. 배가 나온 남자와 잠자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하튼 섹스 자세로 돌아와서, 남자의 골반 위에 올라타고 앉으면 여자의 상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거리는 또 얼마나 가깝나. 흔들리는 뱃살과 두꺼워진 허리선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다. 뒤로 돌아앉으면 마음은 조금 편안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잠자리를 위해 살을 덜어내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내 기준은, 샤워 후 옷을 얼마나 빨리 챙겨 입느냐다. 살이 올랐을 때는, 내 남자에게 알몸으로 보디로션을 바르는 내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어느 파리지엔이 쓴 책에서, 신비로운 여자는 샤워 후 남자 앞에 알몸으로 나타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으며, 항상 커다란 바쓰 타월로 몸을 휘감는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네네, 파리지엔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수건으로 몸을 감싸는 건, 보여주되 다 보여주지 않는다, 라는 밀당 전략이다. ‘입음’과 ‘벗음’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는 스타일. 욕실에서 나올 땐 목욕 수건으로 온몸을 감싸도 그의 앞에선 타월을 스르륵 내린다. 엉덩이가 자신 있으면 뒤돌아서서, 복부와 가슴이 자신 있으면 그의 정면에서 수건을 던져 버린다.

 

다이어트에 성공해 한창 몸이 좋을 때는 옷도 몸에 착 달라붙고, 되도록 살갗이 많이 보이는 스타일을 고른다.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아침 삶은 달걀과 단백질 보충제로 아침을 시작하는, 전문 보디빌더 같은 남자 지인의 패션 사전에 헐렁한 티셔츠 따위는 없다.

규칙적으로 잠자리를 가지면 몸매를 날씬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섹스를 하면 ‘러브 호르몬’이라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단맛의 탄수화물 성분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고 하니 나 같은 탄수화물 덕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다. 꾸준히, 오래. 섹스를 통한 행복감과 다이어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꼬옥 기억해야 할 전략이다.

피스톤 운동이 길어져 그가 지쳐 보이면 기꺼이 여성 상위를 택하는 여자. 섹스에 적극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여자의 기본자세다. 하지만 이렇게 침대에서 유연한 자세가 가능한 것도 몸이 자신 있을 때다.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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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 아 진짜 글 잘 쓰시네요 너무 공감되곸ㅋㅋㅋㅋ 로그인을 안할래야 안할수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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